[일요서울l홍준철 기자] 이해찬 대표가 들어선지 4개월이 지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와 원내 지도부로 나눌 수 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최고위원이 7명이나 되지만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당내 위상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여의도에서는 민주당 최고위원들 ‘실종신고’라도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 실태를 알아보자.

민주당 최고위원회 모습, 뉴시스
민주당 최고위원회 모습, 뉴시스

- ‘만기친람’ 이해찬...연륜.경륜 낮은 최고위 ‘한계’
- ‘쓴소리’ 사라진 최고위 ‘김상곤 혁신안’ 늪에 ‘허우적’

더불어 민주당 최고위원은 총 8명이다. 대표 최고위원은 이해찬 의원이다. 지난 8.25전당대회에서는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선출했다. 당초 지명직 최고가 될 것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당권 경쟁자였던 김진표·송영길 의원은 각각 국가경제자문회의장과 동북아평화협력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박주민 최고를 비롯해 김해영, 설훈, 남인순, 박광온 의원이 당선권에 들었다. 여기에 이해찬 대표가 지명한 최고위원 이수진, 이형석 최고가 있다. 이수진 최고는 한국노총 서울본부 부의장 출신으로 노동계 몫이고 이형석 최고는 5.18기념 문화재단 이사 출신으로 호남몫으로 최고위원에 올랐다.

최고위 초반만하더라도 ‘책임 최고위원제’라며 의지가 남달랐다. ‘당원 민주주의 강화’를 주장한 박주민 최고위원은 권리당원과의 소통과 정당 혁신을 강조했다. 유튜브에 당 채널을 만들어 당원들과 대화하고 ‘가짜 뉴스’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초기 ‘책임 최고위원제’ 공언했으나..용두사미

‘강력한 분권정당’ 공약을 내세운 박광온 최고위원은 당의 ‘참 좋은 지방정부위원회’를 맡아 자치분권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 위원장은 김두관 의원이다. ‘한반도 평화’를 역설했던 설훈 최고위원은 재야·시민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위한 국민운동을 구상했다.

‘청년 대표’를 표방했던 김해영 최고위원은 당 청년위원회 구성, 민주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한 ‘2030 정치 교육 프로그램’ 가동을 책임지기로 했다. 남인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공약한 민생경제연석회의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최고위는 무기력한 모습이다. 제대로 된 목소리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직 이 대표만 보인다. 최고위원 면면을 보더라도 이 대표에 비해 연륜이나 경륜에서 많이 부족하다. 그나마 설훈 의원이 4선으로 나이가 1953년생으로 이 대표보다 한 살이 적다. 그 다음이 박광온 의원으로 57생이고 남인순 최고위원으로 58년생이다. 박 의원과 남 의원은 재선의원이다.

이들을 제외한 선출직 최고중 김해영 77년생, 박주민 73년생으로 40대에다 초선 의원들이다. 이 대표가 지명한 이수진, 이형석 최고는 각각 69년, 61년생으로 두 인사 모두 원외인사다. 결국 이 대표를 그나마 지근거리에서 쓴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가 설훈, 남인순 최고 정도인데 설훈 최고는 자리만 지키고 있는 모양새고 그나마 남 최고가 ‘보건복지 전문가’이자 ‘민생연석회의 운영위원장’으로서 정책에 신경쓰고 있다.

최고위원 당선 당시 77년생으로 가장 어린 나이에 최고위원에 올라 “이 대표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김해영 최고와 박주민 의원은 존재감 자체가 미비하다. 박주민 최고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20대 지지율 추락’으로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그뿐이다. 20대 일자리를 위해 청춘 토크쇼를 개최해 전국적으로 돌고 있지만 돌아선 20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이처럼 민주당내 최고위원들의 존재감 자체가 없는 배경에는 우선 이해찬 대표의 ‘만기친람’식 스타일이 한몫하고 있다. 5선의 중진급 의원에다 당 대표, 대선후보에 실세 총리까지 역임한 이 대표 앞에서 감히 말을 할 수 없는 최고위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리 신분으로 현직 대통령과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강단과 기질의 소유자가 바로 이해찬 대표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도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문 실장’으로 호칭해 친문 진영을 놀래켰다.

실세 대표의 등장은 당내 역학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남긴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다”는 뜬소문이 나돌았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생사여탈권이 이 대표에게 있다고 여기는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일제히 이 대표에게 줄을 서리라는 추측이 그런 소문으로 증폭된 것이다. 여권에 친이(親李, 친이해찬)계가 태동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사람이 없어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야당과 협치나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에게 쓴 소리할 사람이 없다’는 점은 아픈 대목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닌데 대표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는 위압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 40대가 두 명(박주민 김해영)이나 있다 보니 최고위원들이 이해찬 대표와 맞서는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며 “겉으로 보기엔 당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긴장감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의 한 비박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패착은 쓴소리할 사람을 곁에 두지 않고 말 잘 듣는 사람들만 중용했다는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은 1인체제로 보이는데 당의 앞날에 결코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쓴소리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곤 혁신안, ‘망가진 최고위’ 복원 못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 대표의 강력한 당 장악력이 자칫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전당대회 이후 당내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태. 유연한 리더십을 내 보이고 있지만 이 대표를 ‘군기반장’쯤으로 여긴 다수 의원이 서로 눈치를 살피고 있다.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는커녕 아예 비주류마저 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편 2015년 통과된 김상곤 혁신안이 오늘날 최고위원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년 전 ‘권역별 최고위원제’를 새롭게 도입했다. 서울·제주, 경기·인천, 호남, 영남, 강원·충청 등 5개 권역으로 나눈 뒤 시·도당위원장을 그 권역의 최고위원으로 임명해 지역 목소리를 당의 의사결정에 반영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권역별 시·도당 위원장들이 최고위원을 돌아가며 맡으면서 지도부 변동이 빈번했다. 지도부 구성의 안정성과 현안 이해도가 떨어져 당대표를 지원하고 때로는 견제해야 할 최고위원들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결국 김상곤 혁신안은 기존대로 최고위원 선출과 사무총장제 부활로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망가진’ 최고위 위상이 여전히 복원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