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선거제도 개편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며 단식농성 해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두 야당 대표는 연내 합의 보장 등을 요구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 중인 손 대표와 이정미 대표를 차례로 방문했다. 두 야당 대표는 거대 양당(민주당·자유한국당)이 야3당의 선거제-예산안 연계 처리 요구를 배제하고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자 지난 6일 단식에 돌입했다. 

이해찬 대표는 우선 손 대표를 찾아 "그만하라.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고 단식 중단을 권했다. 그는 "서로 대화를 해서 선거법 개정을 하면 될 것 아니냐, 단식을 풀어라. 왜 단식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손 대표는 "나는 건강하다. 건강하니까 오래 끌어라. 오래 끌다가 죽을 때쯤 돼서 (합의하라)"고 맞섰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겠느냐"고 받아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뭐가 돼야 풀지 (않느냐)"라고 했다. 

이해찬 대표가 "이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안을 수용했지 않느냐"고 설득했지만 손 대표는 "김관영 원내대표 말이 '민주당이 이 나라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데 예산을 한국당과 둘이 야합을 해서 통과시켰다. 선거제도 개혁은 이제 없다'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해찬 대표는 "(예산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인데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것을 야합이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는 "야합이다.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했는데 (한국당과 야합을 하느냐)"라고 맞섰다. 

이해찬 대표가 "논쟁하러 온 것이 아니다. 선거법 협상을 하자"고 했지만 손 대표는 "민주당이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를 손해 봐도 해야 해야겠다. 대통령도 그런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선거법 개정을 확실히 한다'는 것을 보여줘라"고 확약을 요구했다. 

이해찬 대표는 "그래서 정개특위에 입법권까지 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손 대표는 "그건 국회법이고 정개특위에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3당이 합의해서 결론내서 세부적인 것은 정개특위서 하라고 해라"고 거듭 확약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대표가 "손 대표가 단식 풀 때부터 내가 협상 시작할게"라고 날 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손 대표는 "협상 끝날 때까지 제가 몸을 바치겠다. 내가 건강하니 꽤 갈 것이다. 되도록 빨리 다시 건강하게 다시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 해 달라"고 응수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정미 대표를 찾아서도 단식 중단을 권했다. 이정미 대표는 "단식을 풀게 해 달라"며 "저는 '선거제도 (개편) 할 수 있다, 동의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안 믿으려고 한다. 선거제도를 이렇게 바꾸기로 합의하기 전에는 여기 있을 것"이라고 거절했다. 

이정미 대표는 홍영표 민주당 원대대표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일 충격 받은 것은 (홍)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 밥그릇, 국회 예산안은 국민 밥그릇이다. 야3당이 밥그릇 지키려고 단식하면서 예산 발목 잡는다'(고 했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논의를 시작하자"고 거듭 설득했지만 이정미 대표는 "(논의) 시작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라는 얘기가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정개특위 안에서 12월까지 합의안을 만들면 단식을 풀겠다"고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단 한 번이라도 내가 가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협상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몸이 상해서 어쩌려고 (하느냐) 지금 10일 밖에 안됐는데 12월말이라니 무슨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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