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전과 김재환, 정규리그 MVP에 이어 골든글러브까지
KT 로하스와 비교한 이정후의 성적, 초라하기 짝이 없음에도 골든글러브 수상
상의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야구계도 자각해야

KT 로하스 [KBO]
KT 로하스 [KBO]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모두 끝났다.

다른 포지션은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다만 외야 부문 골든글러브에 대한 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번 외야 부문 수상자는 '두산 김재환, 넥센 이정후, 롯데 전준우'다.

두 가지 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김재환의 정규리그 MVP 수상에 이은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김재환에 대한 수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난 2011년 금지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각종 시상식에서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했다.

문제는 금지 약물 복용 선수에게 계속 표를 주는 기자단, 미디어 관계자 등 야구 관계자들이다. 부정행위 전력 선수가 반성의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로 관대함을 베푸는 것은 야구 관계자들의 일종의 오만함으로 보인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야구인이라면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하게 피땀 흘리는 선수들, 그럼에도 주전에 단 한 경기도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 자라나는 야구계의 어린 선수들이 있음에도 '용서와 관대'로 포장하며 약물 전과를 용인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면죄부를 갖고 있는 심판자'인냥 착각 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약물 전과를 용인하고 용서할 권한도 자격도 없다.

그런 오만함은 정규시즌 144경기 중 단 한 경기라도 출전하고 싶어 피땀 흘리는 비주전 선수에 대한 박탈감과 허탈감을 주는 행위다. 또한 정당하게 정상의 위치에 오른 선수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하다.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지 약물 복용 선수가 반성의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로 관대하게 대한다면, 앞으로 프로야구에 몸 담을 어린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선례가 있다면 추후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 야구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대응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김재환의 선례를 들어 너도 나도 약물 복용을 하고 과거를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과연 지금 야구계 투표자들이 할 말은 있을까.

이정후 [뉴시스]
이정후 [뉴시스]

두 번째 논란은 외야 부문 골든글러브가 과연 성적에 따른 공정한 선정이었느냐는 것이다. 외야 부문에서는 당초부터 KT 로하스가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로하스의 2018 시즌 성적은 그만큼 우수했다.

로하스는 144경기를 모두 뛰었다. 타율 0.305(564타수 172안타), 홈런 43, 타점 114, 도루 18, 총 333루타, OPS 0.979, wRC+138.5, WAR 5.66을 기록했다. 게다가 포지션은 센터 라인인 중견수다.

이에 반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이정후는 우익수로 주로 출전해 109경기를 출장했다.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홈런 6, 타점 57, 도루 11, 총 219루타, OPS 0.889, wRC+127.4, WAR 3.75를 기록했다.

두 선수 기록만 놓고 봐도 고개가 절로 갸웃거리게 된다. 경기 수도 로하스가 35경기나 더 출장했다. 타율을 제외한 홈런, 타점, 도루, 총 루타, OPS, wRC+, WAR 모든 부문에서 로하스의 압승이다. 게다가 수비도 로하스는 부담이 더 많은 중견수다.

김재환의 성적이야 약물 논란을 제외하면 정규리그 MVP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으므로 논외로 한다.

전준우의 성적도 이정후보다 월등하다. 전준우는 144경기 모두 출장하여 타율 0.342(556타수 190안타), 홈런 33, 타점 90, 도루 7, 총 329루타, OPS 0.991, wRC+146.3, WAR 5.67을 기록했다. 전준우의 성적 또한 이정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히려 로하스와 비교할 만큼 양 선수의 기록이 박빙이다.

타율은 상대적으로 로하스가 떨어지지만, OPS, wRC+, WAR, 그리고 홈런 43개가 보여주듯이 로하스는 중견수로서 엄청난 생산력을 보여준 선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하스가 골든글러브에서 제외되고 이정후가 선정됐다는 것은 기자단과 미디어 관계자들이 기록을 보고 투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기록보다는 오히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이라는 상징성, 스타성, 미디어 노출 효과 등을 고려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재환의 약물 전과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MVP에 이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 성적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남에도 불구하고 이정후를 골든글러브에 선정한 것.

한국 야구의 시상식이 '인기투표'라고 조롱 받는 이유다. 똑같은 상을 우후죽순 주최만 바꿔서 매년 거행하는 것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해야 하는 골든글러브를 '인기투표'로 전락시키는 야구계는 반성해야 마땅하다.

이런 식의 '인기투표'와 '우후죽순 돌아가며 남발하기 식의 상'은 수상의 권위를 스스로 낮추는 행위다. 철저히 객관적 기록에 의거하여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상식을 거행하는 미국의 각종 상엔 권위가 있다. 그러한 권위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우리 야구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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