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리졸브는 19-1 연습, 을지훈련은 19-2 연습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한미 군 당국이 키리졸브(KR)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현재 시행 중인 연합훈련의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군 일각에선 현재의 명칭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름을 변경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동맹이라는 의미가 약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군사훈련도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10한미는 키리졸브에는 ‘19-1 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에는 ‘19-2 연습이라는 임시 명칭을 우선 붙인 뒤 최종 명칭을 조율 중이라며 최종 명칭엔 영어는 빠지고 한국어가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훈련 축소를 언급했던 한미 연합 야외 기동 훈련인 독수리훈련(FE)’은 명칭을 변경하지 않는 대신 규모를 대폭 축소해 진행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대외적으론 한미 연합훈련의 양대 축인 두 훈련 이름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훈련 내용이 일부 바뀌기 때문에 명칭도 바꾸는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명칭의 어감이 다소 강한 만큼 이를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 보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2008년부터 키리졸브라는 명칭으로 훈련을 실시해 왔는데 중요한 결의라는 뜻의 이 명칭엔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을지프리덤가디언은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이다.

두 훈련은 모두 북한의 전면 남침 상황을 가정해 전시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지휘소 연습(CPX)이다. 방어는 물론 반격, 북한 지휘부 축출, 핵무기 제거, 북한 안정화까지 총망라된다. 북한은 이 같은 훈련 내용은 물론이고 영어 명칭의 뜻 역시 미군의 압도적 전력으로 자신들을 초토화하겠다는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한편 군 안팎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이 바뀌고, '연합훈련'이라는 용어마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연합 훈련의 내용을 축소하는 것으로 모자라 굳이 용어까지 바꾼다는 건 지나치다""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적 불명의 훈련 이름이 탄생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연합훈련의 형해화가 한·미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이미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북한 편을 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연합훈련 약화로 인한 물리적 연결고리 해제가 한·미 동맹의 심정적 거리를 더욱 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연합 훈련의 명칭이나 규모 등을 조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용어만 바뀌는 것일 뿐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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