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하루 전인 22일 전북 전주오거리문화과장에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사진을 보고 있다.
전북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제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의 시험문제를 출제한 대학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노 전 대통령 아들인 건호씨가 홍익대 법대 류모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류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의 투신 및 사망사건을 조소적으로 비하해 문제로 출제한 것이 유족인 건호씨의 추모감정을 침해했다는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또 해당 표현이 학문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며, 류 교수가 건호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액으로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적 인물의 자살이라는 공적이면서도 지극히 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삼아 이를 조롱·비하하는 표현이 포함된 문제를 출제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학문적 이익이 있다고 상정하기 어렵다"며 "학문의 자유의 범위 내 보호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은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문제 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공성·사회성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사망사건을 풍자적 사례로 재구성한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표현에 해당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 범위 내에서 보호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유족이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형성하고 유지함에 있어 외부로부터 부당한 침해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입는 것은 행복추구권 실현을 방해하는 요소이며 법적으로 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 사건 문항 출제로 건호씨의 추모감정이 침해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류 교수는 지난 2015년 6월 기말고사 영문시험 문항에서 "노(Roh)는 17세이고 지능지수가 69이다. 그는 6세 때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린 결과 뇌의 결함을 앓게 됐다. 노는 부모가 남겨준 집에서 그의 형 '봉하대군'과 함께 살았다"는 내용을 출제해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건호씨는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침해했고 유족의 명예 및 추모의 정을 침해했다"며 1억원을 청구하는 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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