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3당 ‘전액 반납’ 한 목소리… ‘짬짜미 합의’한 민주‧한국당 당론은 ‘아직’

자유한국당 정종섭(대구 동갑·사진 왼쪽) 의원이 14일 오전 대구문화재단에서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에 대한 기부 약정식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14.(사진=정종섭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정종섭(대구 동갑·사진 왼쪽) 의원이 14일 오전 대구문화재단에서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에 대한 기부 약정식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9.14.(사진=정종섭 의원실 제공)

“‘의원 수당’만 182만 원 증가 ‘의원실’ 지원비 포함하면 2000만 원” 비난 봇물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국회가 지난 8일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보다 1.8% 인상하는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이른바 ‘셀프인상’이라는 국민들의 비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빠진 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짬짜미 합의’한 세비 인상안이라 지적이 더욱 크다. 이를 의식한 듯 야3당에서는 세비 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겠다는 당론이 형성되는 조짐이다. 예산안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만 범정당 차원의 ‘자진 반납’ 또는 ‘인상안 철회’가 이뤄지지 않을 시 성난 국민 여론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는 내년 예산안을 다루면서 국회의원 세비를 전년 대비 1.8% 인상하는 내용을 통과시켰다.이에 따라 내년 ‘국회의원 수당’은 공무원 공통 보수 증가율 1.8%를 적용해 올해(1억290만원)보다 182만원 증가한 1억472만원으로 늘어난다. 국회의원 수당은 2012~2017년 동결됐으나 올해 전년보다 2.6% 인상한 데 이어, 2년째 오른 것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추가로 지급되는 ‘국회의원 활동비’는 연 4704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이는 2011년 이후 9년째 동결됐다. 종합해 보면 내년 국회의원 1인의 수령액은 총 1억5176만원이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세비 증가에 따라 ‘사무실운영비(월 50만원)’ ‘차량유지비(월 35만 8000원)’ ‘유류대(월 110만원)’ 등도 1.8% 증가, 결국 2000만 원 가량이 추가로 증액됐다고 지적했다.

의원 ‘개인’에게 들어가는 세비와 별도로 ‘의원실’에 지급되는 돈까지 계산하면 ‘182만원’이 아닌 ‘2000만원’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돈을 ‘의원 쌈짓돈’ 성격으로 의원의 연봉에 포함하면 연봉은 1억6000만원을 조금 넘게 된다.

이와 관련 국회 사무처는 “수당과 활동비를 합산하면 국회의원의 총 보수는 2019년 1억5천176만원으로 전년보다 1.2%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는 “세비를 동결했을 때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무원 보수 증가율에 연동한 정부안을 깎아온 것이고, 올해와 내년 예산의 경우 정부안을 깎지 않은 것”이라며 “장관‧차관급보다도 상대적으로 적게 인상된 금액”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사무실운영비, 차량유지비, 유류대 등은 예산안 편성 기준에 따라 정상적으로 편성되는 관서 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로 의원 개인의 수입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全 당 반납할 때 의미"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의 눈총은 따가운 상황이다.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며 ‘셀프 인상’을 철회하라는 국민 청원까지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야3당이 빠진 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의로만 도출된 결론이라 비난 여론은 더욱 컸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에 정치권에는 ‘세비 인상분 자진 반납’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선공’을 날렸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내년도 세비 인상분을 모두 기부하겠다는 당론을 채택한 것이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상생의 정치를 이루는 선거제 개혁은 내팽개치고 세비 인상에만 만장일치인가”라며 “참으로 염치없다”고 할퀴었다.

여기에 민주평화당은 ‘전액 반납’으로 초강수를 뒀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10일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셀프 세비 인상 반대뿐 아니라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반납하도록 하겠다”며 “동시에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3당 공동으로 셀프 인상 세비 반납을 촉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11일 “인상된 세비는 받지 않을 것이니 국회 사무처는 도로 가져가라”면서 “기득권 양당이 예산을 밀실 야합하면서 의원 세비를 슬그머니 올린 것에 대해 국민의 비난이 거세다”며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반값 세비’를 주장했는데 그 해법이 양당의 무책임한 세비 인상으로 무력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표명했다.

결국 야3당은 세비 인상액에 대한 ‘보이콧’으로 각 당의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셀프 인상’ 논란을 통해 정치개혁 이미지를 선점해 선거제 개편을 놓고 거대 양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쯤 되자 ‘셀프 인상’을 주도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인상액을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인상분을 반납하거나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표창원 의원은 10일 “정쟁 일삼는 국회의원의 세비 인상은 비난받고 혼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병관 의원은 제3자가 의원 세비를 평가해 결정하는 '공직자보수평가위원회' 설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오는 데다, 민주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당은 10일 인상분 환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을 사회공헌기금 출연 방식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아직 당 차원의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인상분을 깎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고 ‘그냥 다 내놓자’는 의원들도 있다. 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의원도 있다”면서 “11일 원내 지도부가 교체되면 관련 사안에 대해 논의될 듯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정치권의 대응에도 국민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짬짜미 합의’로 ‘셀프 인상’을 주도해 놓고, 이제 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국민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3당도 구체적 반납 방식은 밝히지 않고 ‘내년도 세비 인상분’에 대한 반납만 언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내년도 세비 인상분만 반납하고 이후에는 인상된 세비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증가분만큼의 ‘사회 환원’이 아닌 원천적인 ‘인상안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의 의견이다. 만약 국회 차원의 ‘결단’이 아닌 각 당 또는 개별 의원의 ‘셀프 반납’ 식으로 사태 무마에 나선다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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