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난파선 자유한국당의 선택은 여성 히어로였다. 자유한국당은 11일 오후 국회서 의원총회를 열고 나경원 의원(4, 서울동작을)20대 국회 후반기 원내사령탑으로 선출했다. 보수적인 한국당에서 여성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오른 것은 역대 처음이다. 중립을 표방하며 범친박계·비박계 잔류파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의원의 당선은 비박계 복당파가 주류인 한국당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복당파가 주도해왔던 당내 분위기는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복당파가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당대회를 위한 관리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반면 친박계는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전당대회가 당의 권력구도를 결정짓는 최종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차기 전대 영향력 행사, 2020 총선 공천권 일부 개입... 비대위는 관리형전락 위기
- 6835, 비박·잔류파 전략적 결집'에 복당파 '충격'... 일각 구원투수로 홍준표

나경원 의원11일 오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학용 의원(3, 경기 안성)33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68표 대 35표로 압도적이었다. 함께 출마한 정용기 의원(재선, 대전대덕)은 신임 정책위의장이 됐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된 나 원내대표는 정계 입문 후 쭉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여성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독 원내대표 경선과 인연이 없었다.

2016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친박계 정진석 의원에게 26표 차이로 졌다. 같은 해 1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역시 친박계 정우택 의원에게 7표 차이로 졌다. 두 차례 모두 계파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이번엔 달랐다. 친박계를 아우르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 오늘 의원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내겠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꼼꼼히 챙겨서 제2의 경제기적을 만들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대표선수로 여겨졌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가 받은 68표를 분석해보면 당내 친박계에다 비박계 잔류파에서도 적지 않은 표가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당 내 범친박계는 50명 정도로 관측된다.

서청원·이정현 의원은 친박계지만 무소속이고 기소 등의 이유로 인해 당원권이 정지된 의원 총 9명 가운데 친박계 의원이 7명이기 때문이다. 비박계 복당파는 김학용 의원에 몰표를 던졌을 공산이 높다. 결국 나 의원이 친박표를 싹쓸이하면서 비박계 잔류파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2020년 공천권을 쥐게 될 차기 당대표 선거의 전초전 성격이 크기 때문에 각 진영은 사활을 걸었다. 그럼에도 비박계 잔류파 일부에서 이탈표가 발생한 데는 복당파인 김학용 의원이 당선될 경우 인적쇄신 칼날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됐지만 친박계는 아니다. 즉 비박계이자 잔류파로 분류되는 나 원내대표에 대해 의원들이 복당파보다는 거리감을 상대적으로 덜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비박·복당파 주류인 당 지도부에 대한 초·재선 의원들의 반발심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한 범친박계 초선 의원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원내 톱이 되면서 국회 상임위원장 등 핵심 보직을 복당파 의원들에게 몰아주면서 당내 세력이 한쪽으로 쏠리는 데 대한 거부감을 참아온 초·재선들의 속내가 표출된 듯하다고 말했다. ·재선 의원들은 다수가 범친박 성향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복당파가 중심이던 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작업 방향에 대한 거부감도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의 의중으로 비치는 특정 지역 의원의 물갈이 방침이 외부로 공공연히 알려지고, 특히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에 관여시킨 외부인 전원책 변호사와의 불협화음 등이 가뜩이나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감에 휩싸인 의원들에게 불안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친박을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설'이 나오면서 당 분열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비박계 복당파가 다시 당권을 쥘 경우 친박계의 반발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애초 친박계가 나 의원을 지지한 것 역시 나 의원이 비박계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는 최소한의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나 신임 원내대표 탄생은 지난 탄핵과 대선 이후 당을 주도했던 비박·복당파는 위축되고 친박계가 부활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나 원내대표는 전당대회 경선 방식을 결정하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최고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전대를 통해 뽑힌 당 지도부는 오는 2020년 총선 공천권에 일정 부분 개입할 수 있다. , 본인이 속한 계파에 유리한 당대표 후보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비박계는 당권까지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전당대회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홍준표 전 대표의 재등판 카드를 새로운 구심점으로 꺼내들 수 있는 가능성도 엿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경우 지금은 다소 잠잠한 계파 갈등 국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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