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우 사장, 경영악화에 전격 사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두산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발전·플랜트 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영향으로 일감이 끊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명우 사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임원을 30%가량 줄인 데 이어 직원 400여 명을 계열사로 전출시키고 유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되는 한 해외 원전 건설 수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 악화 여파는 협력업체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탈원전 직격타...영업이익 줄며 적자 전환
내년 전망도 ‘깜깜’...신규 수주 줄어들어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생산 업체로 한국 원전산업을 이끌어온 두산중공업 김명우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 악화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1일 김 사장이 전날 오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최근 발전시장 위축 등에 따른 경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임직원 여러분께’란 제목의 이메일에서 “민영화 직후 극심한 갈등과 진통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업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것에서부터 중공업계 최고의 입사 선호기업으로 거듭난 일,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기술개발 투자, 해외 수주 10조 원을 돌파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 그 모든 것들이 회사에 대한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고 시작했다. 

김 사장은 “지금은 일시적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회사는 과거에 이보다 더 큰 어려움과 위기를 여러 번 겪었지만 모두 극복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의 저력과 두산의 지혜와 뚝심으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비록 저는 회사를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나 두산중공업과 여러분을 응원하겠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최형희 부사장(재무관리부문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으나 취임한지 9개월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01년부터 두산 전략기획본부 인사기획팀장을 거쳐 두산중공업 인력개발팀장, HR 상무·전무, 관리부문 부사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관리부문 사장을 맡아왔다. 김 사장이 물러나면서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과 최형희 부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김 사장님이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의 의사를 밝히신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각자대표를 선임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이사회와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명우 전 사장. (사진-뉴시스)
김명우 전 사장. (사진-뉴시스)

 

잘 나가던 두산중공업 무슨일?

두산중공업은 1962년 창사 이후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 등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 관련 장비 생산업체로 한국 원전산업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글로벌 발전·플랜트 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영향으로 수익 기반이 약화하고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두산중공업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4%, 33.8%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1년 전보다 8.6%, 3.9%씩 줄었다.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3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5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1%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0.6%로 전년 동기(5.6%) 대비 5.0%포인트 떨어졌다. 매출액은 88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줄었으며, 당기순손실 171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두산중공업 원자력 비즈니스그룹(BG)은 2021년 완공 예정인 울산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일감이 끊긴다. 정부가 지난해 신규 원전 4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원자로 설비 등을 제작해온 울진 신한울 3, 4호기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해 정부가 사업을 중단하면서 모두 멈췄다. 두산중공업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작년 3분기보다 85.5% 급감한 60억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올해 임원을 30%가량 줄인 데 이어 직원 400여 명을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로 전출시켰다. 상황이 좋았던 2013년 8428명에 달했던 두산중공업 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7284명으로 13.6%(1144명) 줄었다. 같은 기간 171명에 달했던 임원 수는 84명으로 반이 줄었다.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 전 사원을 대상으로 두 달간 유급 휴직도 시행한다. 

협력업체들도 구조조정 수순

신규 수주가 줄어들고 있어 향후 전망도 어둡다. 2016년 9조 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은 지난해 5조 원 수준으로 급감한 데 이어 올 들어선 3조6914억 원까지 줄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속될 경우 해외 원전 건설 수주도 쉽지 않다. 일례로 한전이 지난 8월 22조 원 규모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사례가 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에 협력업체들도 함께 어려움에 처했다. 김종두 두산중공업 원자력사업부문 상무는 11일 원전산업 토론회에서 “원전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업체 90여 개가 탈원전 정책 이후 인력을 40% 정도 구조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부분 협력업체가 사업을 포기하고 싶다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창원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창원지역 공장 폐업이 속출하고 수출실적도 급감한다”며 “지역 상장사 절반이 적자인 상황으로 경제가 악화했고 탈원전 정책으로 협력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 고용 사정도 최저치이고 부동산 경기 또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도민대책기구 설립, 두산중공업과 한국지엠 등 창원을 기반으로 둔 대기업 애로 해소 방안 마련, 중소기업을 위한 현장지원반 가동, 소상공인 창업부터 폐업 지원 조직 마련, 부동산 경기 대책 마련,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 전환 등을 정부 등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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