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인 박 前 대통령과도 각별했던 사이...”
[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지난 7일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투신 사망했다는 소식에 군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재임 시절 공과를 논하기에 앞서 군내 고위직을 역임한 인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사령관 안장식이 열린 11일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이 전 사령관과 중앙고·육사 37기 동기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참석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 회장은 안장식이 끝난 후 “이재수 식구들은 내가 볼 수 있으면 자주 보려고 한다”면서 “반듯했고 소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친구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되는 상황이 왜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박 회장은 육사 37기 동기 중에서도 가장 친했던 ‘절친’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1980년 박 회장이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을 잃고 주위의 냉대 속에 누나(박근혜 전 대통령)와 함께 청와대를 나올 때도 곁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마약 사건이나 6차례 구속·재활 과정을 겪을 때도 옆에 있었다. 군 관계자는 "박 회장이 공주치료감호소를 드나들 때 이 전 사령관이 자주 면회를 갔고 가족이 나서서 뒷바라지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만큼 누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이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던 2013년 10월 기무사령관에 임명되자 군 안팎에서는 “정권의 핵심”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령관을 맡은 직후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만 회장과 맺은 관계에 대해 “절친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지만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임 장경욱 사령관을 6개월 만에 밀어내고 취임한 것도 이 전 사령관 ‘실세설’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한편 육사 37기는 지난해 2012년 10월 군 인사에서 중장이 처음 배출됐다. 당시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양종수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수도방위사령관과 군단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이재수 전 사령관등 3명이 추가로 진급된 뒤 전인범, 엄기학, 조보근 장군까지 나란히 ‘별 셋’을 달면서 중장 진급자는 총 8명으로 늘었다.
통상 육사 한 기수에서 5∼7명의 중장 진급자가 배출되는 점을 감안하면 육사 37기의 중장 진급자는 많은 편이다. 더욱이 한 기수 선배인 육사 36기들이 군내에서 비교적 한직으로 평가되는 보직에 머문 반면 37기들은 주요 보직에 많이 포진해 향후 ‘고속 진급’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날 장례 역시 육사 37기장으로 치러졌다. 이덕건 육사 37기 동기회 사무총장은 “평생 충성을 다한 국가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쳤을 상황에도 마지막까지 의연함과 절제를 잃지 않으려 했던 고인의 품격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면서 “사랑하는 이재수 동기, 당신의 명예를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