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처분을 내린 이재명 경기 도지사에 대해 징계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이 지사에 대해 당 차원의 징계를 하지 않는 대신 재판 결과를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이를 수용했다.

이 지사 스스로 ‘셀프 당원권 정지’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징계 유보 이유에 대해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대표와 당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이 지사 지지자들은 당이 이 지사를 더 보호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는 이 지사를 둘러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이재명 껴안기’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민주당의 ‘20년 장기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 지사까지 당에서 내친다면 전략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지사에 대한 ‘묻지마식’ 콘크리트 지지층은 최소 5%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를 제명시킨다면 차기 대선에서 여야 박빙의 대결로 흐를 경우 이 지사의 출마 여부가 당락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대선에서 DJ가 40만 표로 신승하게 된 것은 이인제 의원이 경선에 불복해 출마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전신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기피 의혹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경선을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보수 표가 분산되면서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후보는 DJ에게 40만 표 차이로 석패했다. DJP 연대와 외환위기의 덕도 있었지만 당시 이인제 의원이 500만 표를 가져가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다. ‘이인제 학습효과’를 잘 알고 있는 이해찬 대표다.

이 지사를 출당시켜 반문연대 구심점으로 부상해 진보 진영의 표를 가져갈 경우 20년 집권은커녕 5년 만에 정권을 내줄 수도 있다. 민주당 장기집권을 위해서라도 ‘이재명 카드’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셈이다. 또한 이 지사의 진보적 성향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필요하다.

현재 집권 여당 내 잠룡군을 보면 진보적 좌파 성향부터 보수적 우파 성향까지 다양하다. 이낙연 총리, 김부겸 장관, 박원순 시장이 중도 성향이라면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재명 지사,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좌파적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가장 왼쪽에 자리잡고 있어 좌파적 성향인 임 실장이나 유 이사장이 온건 좌파 내지 중도로 비춰질 수 있다. 이 총리와 김 장관과 박 시장 역시 이 지사 덕에 보수표 흡수 당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지사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검찰이 기소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증거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재판 결과 이 지사가 유죄로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경기도지사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대표 입장에서도 더 이상 이 지사를 안고 있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벌써 야당에서는 내후년 21대 총선에서 경기도지사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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