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국회 입법 처리 ‘빨간불’ 여야·검경 이견에 ‘유야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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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법대신 의원 입법택한 까닭은검경 중재 실패” “편법 발의
·개혁 의지 한풀 꺾였나당초 계획보다 검찰적’” 시민사회 비판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문재인 정부 사법개혁의 양대산맥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핵심으로 꼽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연내 국회 입법 처리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당초 두 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정부·여당의 의지는 강력했다. 사법농단 사태 촉발로 공수처 설치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고,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검찰의 독점 권한이었던 영장 청구권을 경찰에게도 주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막상 정부는 해당 법안을 정부 입법형태가 아닌 여당 내 일부 의원들에 의한 의원 입법형태로 편법 발의하며 한 발 물러난 행태를 보였다. 정부는 빠른 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의 입장차를 좁히는 과정에서 중재 역할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여당 의원의 발의를 통해 도출된 해당 법안들은 당초 계획보다 ()검찰적이라는 비판이 크게 일어 정쟁이 불가피해졌다. 일요서울은 기획특집 정부 사법개혁 진단세 번째 시리즈로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과 여-야 간 입장 차를 짚어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법안의 연내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며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다.

특히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공수처 신설, ·경 수사권 조정 등을 놓고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이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사법개혁 관련 이슈에 대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다, 최근엔 한국당을 뺀 야3당이 민주-한국당 주도의 선거제 패싱에 항의하며 국정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검경개혁소위원장(오신환 의원)이 바른미래당 소속이어서 당분간 회의가 예정대로 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공수처 및 검·경 수사권 법안에 대해 법무부가 뒷짐을 진 채 의원 입법으로 떠넘겼다는 야당의 비판이 큰 상황이다. 정부가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을 이처럼 사개특위 소속 여당 의원의 발의 형태로 추진하는 것은 신속한 법안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입법은 관계부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 의원 입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해당 법안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한국당은 정부안 제출 불발 배경에 검찰과 경찰 간에 합의 실패가 있다고 보고 곽 의원 대표발의로 현재 검찰과 경찰이 갖고 있는 수사권을 한데 모아 수사청을 신설하는 수사청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예정대로라면 사법개혁특위 활동 기한이 이달 말까지다.

앞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13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송기헌 발의 공수처
이원화 실익 없어

공수처는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검사 등 고위 공직자를 수사하는 전담 기관이다. 검찰의 과도한 권력을 제한하고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치겠다는 취지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저지른 직무유기·직권남용죄 등 형법상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 횡령·배임죄, 변호사법·정치자금법·국가정보원법·국회증언감정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행위 등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은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 2년 이내의 판·검사, 대통령과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관과 검찰총장, 국회의원, 국무총리와 중앙행정기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국회·사법부 등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정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군 장성 등이 포함됐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 고위공직자의 가족 역시 포함된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까지 포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처장 1명과 차장 1, 수사처 검사와 수사관 및 직원으로 구성된다. 검사와 수사관(파견 포함) 규모는 각각 25인 이내, 30인 이내로 한다. 전직 검사의 경우 퇴직 후 3년 이내에는 수사처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이 중 공수처장은 여야의 협의를 통해 임명하기로 했다. 공공기관·법학교수를 포함해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사람 중 국회에 설치되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각 교섭 단체 원내대표와 협의해 그 중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에서 선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한다.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의장이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모두 추천하고 그중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 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한다.

또 공수처가 고소와 고발만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법안에서는 감사원,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수사 의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수처 연내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중 하나로, 현재 민주당에선 대야 협상에 유연성을 발휘해 공수처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의중이다.

하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정부 입법이 아닌 (민주당 의원을 통한) ‘의원 입법방식으로 법안을 제출한 이유를 따져 물으며 반발했다. 검찰 조직과 별도로 새로운 공수처란 조직을 만들어 이원화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또 공수처에 독점 수사권을 부여할 시 같은 폐해가 반복되고, 그럴 바엔 검찰 내부에 상호 간 견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야당의 한 의원은 공수처를 사건이 생길 때마다 하는 게 아니라 상시로 하면 정보수집 조직이 비대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런 방식을 만드는 나라가 있나. 이것은 형사법 체계에서 검찰개혁의 전통적 방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혜련 발의 수사권 조정
독점·특혜는 여전
?

·경 수사권 조정 역시 제자리걸음 중이다.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지난 1112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 내용이 반영돼 사실상 정부안인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의 합의문보다도 수사권 조정의 본질에서 후퇴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당 개정안은 검·경 관계를 종전 지휘·감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전반에 걸친 상호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1차적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가지는 대신 검찰은 기소권, 특정 사건에 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사법경찰관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 등 사법통제 권한을 갖도록 했다. 검사의 범죄 수사에 관한 지휘·감독 대상에서 일반 사법경찰을 제외하고,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에 힘이 쏠린 모양새다. 경찰의 사건 불송치에 대해 고소인 등 사건 관계인이 이의신청을 할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하도록 한 규정이 논란이다. 검찰의 사건 개입 및 판단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또 영장 청구권을 여전히 검찰 손에 쥐어준 것을 두고 사실상 수사 지휘권을 부여한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법 경찰관이 신청한 영창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게 전부다. 경찰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대목이다. 영장 청구권의 경우 검사의 독점 사항으로, 남용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크다.

이 밖에도 입장 차를 보이는 대표적인 부분 중 하나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이다. 일부 의원들의 입법안에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문구를 두고 경찰은 사실상 검사의 수사 지휘관계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강제성이 있는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 측에서는 상호 견제를 위해서라도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조속처리 되기 위해서는 당장 사개특위 활동 시한 연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연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정 안 되면 사개특위 활동기한을 연장하는 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활동 기간 연장 역시 야당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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