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 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투표권이 있는 103명의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여 68명의 지지를 얻은 4선의 나경원 의원이 35명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친 3선의 김학용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 도전 세 번 만에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로 선출되었다. 삼수 나경원 원내대표의 탄생이다.

나경원 의원은 한나라당 시절부터 매우 주목받은 보수 정치인이었다. 빼어난 미모에 서울법대 출신, 판사 출신이라는 스펙, 다운증후군을 가진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 등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던 한나라당에 누구보다도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한 이미지는 결국 재선에 불과했지만 단숨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이미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낭인이 되었고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하였다는 이유로 자위녀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으며 1억 원 피부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애처로움의 대상이 되었던 다운증후군 자녀는 특권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에 이르렀다. 보수 아이콘의 몰락이었다.

그는 2014년 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정치적 재기에 성공하였고,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4선의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렇지만 4선이 된 나경원 의원의 길은 그다지 순탄하지 않았다.

원내대표에 처음으로 도전한 20165월 선거에서 정진석 후보에게 패배하였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뒤 실시된 20161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친박을 자처한 정우택 후보에게 패배하였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던 보수정당은 과거 보수의 아이콘으로 촉망을 받던 그녀를 좀처럼 품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승부수를 띄웠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보수정당에 그대로 남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절치부심한 결과 그녀는 지난 11일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에 당선됨으로써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4선 국회의원에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의 제1야당 원내대표가 이미지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는 없다. 실적과 실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편승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정부의 실정에는 분노하겠지만, 아직 그 대안으로 자유한국당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나경원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계파주의의 승리라고 평했다. 자유한국당에는 박근혜에 우호적인 친박과 그 반대편에 서있는 비박이라는 계파가 있었는데, 탈계파주의가 승리했다는 평가는 자유한국당 내에서 박근혜가 더 이상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해석으로 들린다. 아마도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그렇게 만들어 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 정확히 짚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첫 번째 임무는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는 것이다. 보수의 부활은 거기에서 제일 먼저 시작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본류로서 완전히 달라진 보수정당의 기치를 세운다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도 가능해질 수 있다. 강한 야당의 탄생은 우리 정치를 보다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보수 야당이 강해지고 그러한 보수 야당을 지지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진다면, 문재인 정부도 긴장할 것이고 실정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강한 야당이 좋은 정부를 견인하는 것이다. 그러한 역할을 나경원 원내대표가 해낸다면 그녀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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