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교착 상태에 남남갈등까지 ‘총체적 난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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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평화 외교로 일관하던 청와대와 정부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남북 협력 사업 감속 등 총체적 난국이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자 문재인 정부가 평화 외교에서 경제 이슈로 뒤늦게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미 한반도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로 남남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은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김정은 연내 서울 답방 물 건너갔는데···기다려야

평화 외교에서 뒤늦게경제 이슈로 국면 전환 시도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합의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올해 답방이 어려울 것 같다. 1월 답방이야 계속 열려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준비 기간을 고려해 지난 9일까지 북한이 답변을 내놨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청와대는 내년 1~2월 예정인 2차 미북 정상회담 전 답방을 재추진할 계획이지만 실제로는 미북회담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찬반 갈등 격화

정부가 공 들였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남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청와대가 대관 장소 물색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자 찬반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는 서울정상회담에 대한 찬반 행사가 연이어 개최됐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서울시민환영위원회(환영위)환영엽서 쓰기캠페인을 통해 모인 엽서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전시된 엽서에는 통일을 기원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이 보고 싶어요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태극기시민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가 김정은 방남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국본 회원들은 “427일에는 판문점적화선언, 919일에는 평화공동선언과 국군무장해제선언을 했는데 이번 서울 방문에는 무엇을 합의해 선언할 것인가라며 우리끼리의 종전 선언이자 평화협정일 수도 있지만 결국 김일성 민족공동체혹은 김일성 우리민족끼리의 연방제 선언을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북한과 문재인정부는 먼저 625부터 최근까지 3000여 건 넘게 대한민국을 공격한 것과 관련해 국민 앞에서 정중히 사과하고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를 수용해야 한다또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수용소,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문재인 퇴진을 바라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이 오후 2시부터 자유대한민국 역적 김정은 방남저지 국민총출정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윤창중 국민모임 공동대표는 김정은 방남과 관련해 그의 방남을 허용하는 것은 625때 대한민국을 구출한 유엔 참전국과 수많은 호국영령, 국토수호에 몸바친 2000만 헌역 및 예비군 국군 장병들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질타했다.

이 같은 찬반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10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북측에 자비를 구걸하는 듯한 문재인 정부의 자세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소문이 한창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내 답방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저자세는 북측의 교만함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더욱 문제는 국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관계에서 대통령이 가장 중시할 것은 남남갈등 유발이다. 김 위원장의 방문이 대한민국 사회를 갈갈이 찢어놓으면 남북관계에 치명적인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혹여라도 김정은 답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라면 큰 잘못이라며 떨어지는 성장률, 망가지는 서민경제를 회복하지 않고는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반만큼이라도 경제에 힘 쏟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철도도로 착공식 의미

퇴색 가능성도

정치권과 여론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실상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일부 남북 협력 사업을 제외하고는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답방에만 목을 맸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한 남북은 626일 분과회담을 개최하고,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연내 착공식 개최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으나 일정이 지연됐다.

당초 계획은 10월 말경 북측 구간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11월 말을 전후해 착공식을 개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동조사는 유엔으로부터 관련 물자 반출 등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받고 나서야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다. 한 달가량 늦어진 셈이다.

또 다른 정상 간 합의 사항 중 하나인 산림 협력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산림 협력 차원에서, 북측의 의지가 반영돼 추진하고 있는 양묘장 현대화 협력 사업 역시 답보 상태다.

문화예술 교류 사업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정부는 연락채널을 통해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초 10월로 합의했던 평양예술단 서울공연은 12월 중순까지도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도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철도 공동조사를 시작으로 연내 착공식까지 개최하기로 함에 따라 나머지 남북 간 협력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교류의 움직임이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착공식이 실제 공사를 시작하는 의미가 아닌, 사업 의지를 확인하는 상징적인 행사여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착공식의 의미 자체가 퇴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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