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위에 따른 정권 교체를 이뤘다.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사법개혁을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뒀다. 이를 위해 검사 출신이 아닌 조국 서울대 교수를 민정수석에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정권을 잡은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사법개혁은 지지부진이다. 검찰, 법원의 저항에다 입법기관인 여야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촛불 정부냐라는 불만이 진보 진영에서조차 나오는 배경이다. 사법개혁을 두고 검피아에 맥을 못 추는 정피아의 무기력한 현실이다.

박영선 사개특위 위원장 전체회의 진행중, 뉴시스
박영선 사개특위 위원장 전체회의 진행중, 뉴시스

검찰 저항에 개혁주체 국회 사개특위-법사위지지부진
선거구 개정, 2월전대, 총선 1앞날 첩첩산중

지난해 7월 여야는 본회의를 개최해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사법개혁을 다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개특위가 구성돼 첫 회의를 가진 것은 지난 111일이다. 결의안이 통과된 지 98일 만이다. 이날은 1차 전체회의를 통해 위원장 및 간사를 선임하는 자리였다.

출범이 이렇게 늦은 배경에는 자유한국당이 적극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야3당은 사개특위 참여 인원을 진작부터 확정했지만 한국당은 명단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019일에서야 명단을 확정했다. 18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데 법조인 출신 의원은 모두 8명으로 전체 위원 중 44.4%를 차지하고 있다.

사개특위 늦장 출범한국당 명단 제출 고의 지연

여야 합의에 따라 사개특위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8, 1야당인 자유한국당 6,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2, 비교섭단체 2명 등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민주당 몫이다.민주당은 이날 19대 국회 전반기 때 헌정사상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4선의 박영선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한 검사 출신으로 초선인 백혜련(51·29) 의원을 간사로, 5선인 이종걸(61·20) 의원과 초선인 박주민(45·35송기헌(55·18안호영(53·25윤일규·표창원 의원을 위원으로 각각 확정했다. 반면 한국당에서는 초선인 윤한홍 의원이 간사를 맡고, 재선인 함진규 의원과 초선인 곽상도(59·15윤상직·이철규·정종섭(61·14) 의원이 위원으로 포진했다. 바른미래당은 재선인 오신환 의원을 간사로, 역시 재선인 권은희(44·33) 의원을 위원으로 선임했다. 비교섭단체 위원으로는 4선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무소속인 초선의 정태옥 의원이 참여한다.

문제는 사법개혁안별 실무적으로 논의할 소위 구성은 1123일 구성했다는 점이다. 활동시한이 12월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여야가 사법개혁을 할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사개특위는 검찰·경찰개혁 소위원장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법원·법조개혁 소위위원장에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또한 검찰·경찰개혁 소위에는 박범계·백혜련·송기헌·표창원(이상 민주당), 곽상도·이철규·함진규(이상 한국당)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포함됐다. 법원·법조개혁소위는 박주민·안호영·이종걸(이상 민주당), 윤상직·정종섭(이상 한국당),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정태옥 무소속 의원으로 구성됐다.

사개특위 결의안부터 소위 구성까지 130일 이상 걸린 셈이다. 당연히 활동기간 한 달을 앞두고 소위가 구성돼 협상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절대 반대하고 있어 여당과 충돌이 예상된다. 박영선 위원장은 2~3개월 활동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하세월 무위로 끝날 공산이 높다는 게 사개특위 안팎의 시각이다.

일단 그동안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위한 사개특위는 계속 존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개특위는 지난 1월 전반기 사개특위기가 구성됐다. 당시 법원·법조·경찰개혁소위와 검찰개혁 소위 등 2개의 소위를 가동해 투 트랙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소위 구성도 하지못하고 지난 6월말 종료됐다. 사개특위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전반기 사개특위의 경우 4월초 구성 합의 한 이후 드루킹 댓글사건으로 인한 국회 공전과 6.13 지방선고 등으로 사실상 방치된 측면이 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야는 할 말이 없다.

지난 18, 19대 국회에서도 사개특위를 구성한 바 있다. 20103월 구성된 18대 국회 사개특위는 16개월 동안 법원·검찰·변호사관계법 심사소위 등 3개 소위를 가동하면서 사법부 구성의 근간을 바꾼 법조일원화제도를 비롯해 판결문 인터넷 공개제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제도등을 도입하는 한편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변호사법 개정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반부패 등 제도개혁 방안과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33월 구성돼 6개월간 활동했던 19대 국회 사개특위는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 도입 이외에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대 국회에 들어선 사개특위의 활동은 지금까지만 보면 역대 국회에서 활동보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개특위 통과해도 상원 법사위통과 험로예고

20대 국회에서 사개특위가 지지부진한 원인으로 일단 국회 299명 중 법조인 출신이 다수라는 점과 상왕 상임위로 불리는 법사위 전횡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는 법조 경력을 가진 국회의원이 299명 중 49명으로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전인구의 0.05%도 안 되는 법조인구를 보면 상당한 숫자다.

게다가 다른 직업군에 비해 결속력도 높다. 그래서 나온 말이 검피아’(검찰+마피아)라는 비판이다. 한식구라는 개념으로 서로 허물은 덮어주고 공은 나눠 갖는 등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움직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의 결속력이 당보다 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이 여야 법조 출신 의원들 간 보이지 않는 담합에 그치지 않고 법사위를 통해 그대로 반영된다. 사개특위가 특위지만 다른 상임위처럼 입법 심사권을 갖고 있다고 해도 법 최종 통과는 법사위를 통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법률안이라도 본회의에 올라가기 위해선 모두 법사위로 넘어가 체계 및 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법조 출신이 다수인 법사위에서 제 식구’(사법부·검찰)에 반하는 법안에 대해서 발목을 잡으면서 회기 내 상정을 못해 자동폐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죽하면 국회운영위에서 법사위 역시 개혁의 대상으로 삼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법사위 월권의 대표적인 사례가 세무사법 개정안이다. 16대 국회부터 14년을 끌었던 세무사법 개정안의 경우 변호사 자격 소지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개정안은 2003, 2007, 2009년 가각 제출돼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매번 법사위에 막혀 폐지됐다. 법사위 소속 다수가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이었기 때문에서 비협조적이었다.

법사위는 1소위와 2소위를 나눠진다. 1소위는 고유 법안을 심사하는 곳이다. 반면 2소위는 타 상임위 법안을 다룬다. 결국 법사위는 국회에서 만든 모든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 특성상 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마친 법안이라도 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에 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내 상원 노릇을 한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현재 법사위 구성을 보면 민주당 소속으로 금태섭, 김종민, 박주민, 백혜련, 송기헌 간사, 이춘석, 조응천, 표창원 의원이다. 반면 한국당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김도읍 간사, 이완영, 이은재, 장제원, 정갑윤, 주광덕 의원이 바른미래당에는 오신환, 채이배 민주평화당은 박지원 의원이 포진하고 있다.

대다수가 사개특위 위원과 겹치고 무엇보다 법사위원장이 한국당 출신으로 사법개혁 관련 법안이 사개특위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된다고 해도 막판 통과를 장담하기 힘든 구조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 사법개혁에 민감한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 국회 의원 13명이나 검찰 기소를 받았거나 재판중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검찰에 불구속 이든 구속이든 기소를 당한 의원을 보면 권성동, 김재원, 엄용수, 염동렬, 원유철, 이우현, 이현재,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으로 이들은 당원권마저 정지됐다.

반면 검찰에 기소가 됐지만 당원권이 정지되지 않은 인사로는 이군현, 이완영, 홍일표, 황영철 의원 등으로 13명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이다. 한국당이 사법개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 검피아로 칭할 정도의 사법부 반격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엿보인다.

집권여당도 사법개혁을 대하는 자세가 적극적이라 보기 힘들다. 일단 사개특위가 소위를 구성해 실무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등 선거법 개혁으로 국회가 개점 휴업된 상황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이 선거법 개정을 두고 농성 중인 상황에서 시한도 얼마 남지 않은 사개특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활동시한을 내년으로 연장해야 하는데 내년 정치일정 역시 만만치 않다. 사법개혁에 부정적인 한국당은 2월 전대를 통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공천권이 좌지우지된다. 또한 내년 초는 21대 총선을 1년 앞둔 해로 국회의원들이 중앙정치보다 지역정치에 올인할 공산이 높다. 이래저래 사법개혁을 가져갈 동력이 약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야 사법개혁 지지부진사법부 셀프개혁안주목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실에서 웃는 사람들은 서초동 사람들이다. 여의도는 한파가 불어치고 있지만 오히려 서초동은 훈풍이 불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국회가 여야 간, 법조인과 비법조인 간 갈등이 심해지면 그만큼 서초동에 있는 검찰, 법원 관련 개혁 법안은 처리가 늦어지거가 자동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법개혁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빛을 보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역대 국회처럼 생색내기사법 개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국회가 사법부 개혁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대법원의 셀프개혁이 수용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피아와 검피아의 사법개혁을 둘러싼 대결은 재차 사법부의 뜻대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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