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만연, 반복되는 뇌물 논란과 노사갈등까지

사진설명▼ 광주지검 강력부가 지난 5월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KEPCO)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당시 검찰은 특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공사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한전 중간 간부급 직원 등을 구속했다.
사진설명▼ 광주지검 강력부가 지난 5월 전남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KEPCO)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당시 검찰은 특정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기공사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한전 중간 간부급 직원 등을 구속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각종 공사들은 안전 사고, 방만 경영 등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지만 특히 일부 공사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들과 비교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공사들은 지적을 받아도 자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또 매해 임·단협 때마다 반복되는 노사갈등 등 집안 단속조차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모양새다.

 

국민 안전 담보로 뇌물·향응 등 잇속 챙기기 
“경영진·노동자 모두 국민들로부터 공개 평가 받아야”

 

특히 일부 공사들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어 기반시설 안전사고와 맞물려 더욱 비난을 받는 상황이다. 공사 직원들이 뒷돈과 향응 등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겨가는 사이 안전 경보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관련 공사와 같이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곳일수록 도덕적 기강 확립이 중요한데, 안전시설, 발전 설비 등을 책임지는 공사들 역시, 도덕적 해이라는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한국전력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국정감사장을 통해 도마에 올랐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뇌물·향응 수수 적발액이 지난 5년간 57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 산하기관들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22개 산하기관에서 임직원 234명이 1409회에 걸쳐 57억2390만 원의 뇌물·향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갑질에 혈세 낭비도

 

뇌물·향응수수 적발 인원과 건수는 한국전력공사가 최고 많았다. 전체 적발된 234명의 인원 중 94명, 전체 1409건 적발 중 562건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9억8100만 원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31명의 임직원이 144회에 걸쳐 뇌물이나 향응을 받았는데, 전체 수수금액 57억 원 중 26억7148만 원을 차지했다. 다수의 민간 협력업체들에 사업이나 용역을 발주하는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훈 의원은 “뇌물 수수가 전력공기업에 집중된 것은 절대갑 위치에서 비위 유혹이 상존하기 때문”이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 임직원들이 거리낌없는 뇌물과 향응 수수가 일상화돼 있다”고 힐난했다.


그 외에도 가스공사 일부 직원들의 불법 분양, 사고 축소 의혹, 서울주택도시공사의 하도급 갑(甲)질, 횡령 논란, 주택금융공사의 무분별한 해외 출장, 한국석유공사의 확대 복지 의혹 등 도덕적 해이를 드러낸 공사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대외적인 지적만이 아니다. 매해 반복되는 노사갈등 유발 등은 혈세를 낭비하고 안전이 외면되는 주 요인으로 지적된다. 집안 단속조차 못해 정작 중요한 문제가 등한시되는 꼴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절차,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무인화 사업, 승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을 때 시민들의 발은 멈췄고, 안전을 위협받기 일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찾아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 문제를 놓고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운영관리 노사 간 임금 교섭이 결렬돼 노조는 지난 10일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한국도로공사나 강원랜드 등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전환 방식으로 노사 갈등이 있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전체 공공기관의 파견·용역 노동자 5만9470명 중 3만2514명이 자회사를 통해 고용됐거나, 고용될 예정이다. 

 

집안 단속도 못해

 

지방의 한 도시교통공사는 소모적인 노사갈등에 시민 혈세를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 복수 노조 구조를 가진 공사 중 특정 노조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사업장도 있다. 


노조와 사측 간 갈등은 물론이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노갈등, 각 노동조합 간 기득권 다툼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잔뜩 쌓여 있다. 공사들의 현재 모습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한 공사의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공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공사들은 민간 기업과 같은 선상에서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경영진은 공무원 노동자들은 물론 국민들로부터 공개적으로 경영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노동자들 역시 자신들의 성과를 국민들이 평가해 줄 수 있게끔 투명한 업무 처리를 해야 마땅하다”면서 “국민들이 빌려준 공무적 업무들을 미끼로 자신들의 이득을 취했다면 일반 사업장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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