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기반 시설 안전사고… 公사인가 恐사인가

 

지난 8일 오전 코레일 강릉 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오전 코레일 강릉 발 오전 7시30분 서울행 KTX 산천 고속열차가 강원도 강릉시 운산동 구간에서 탈선, 코레일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기반시설 연쇄사고, 혈세 낭비의 끝 방만 경영 실태 등으로 우리 정부의 공사(특별법에 의해 정부 출자로 설립되는 법인체형 공기업)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KTX 오송역 정전, 고양시 저유소 화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고양시 백석동 온수관 파열, KTX 강릉선 서울행 열차 탈선 사고 등 연이은 기반시설 안전사고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고양전문성 없는 사장들…‘안전 업무, 위험의 외주화’ 문제 대두

저유소· KT 아현지사 화재부터 온수관 파열, 열차 탈선 사고까지

 

KTX 오송역 정전, 고양시 저유소 화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고양시 백석동 온수관 파열,  KTX 강릉선 서울행 열차 탈선 사고 등 기반시설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가장 안전하다는 철도에서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의 안전의식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또 잠재적인 기반시설 사고 위험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강남 한복판의 건물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주택가의 온수관이 연속해서 파열되며 사상자와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삼성동 소재 대종빌딩은 붕괴 위험이 감지돼 긴급 점검에 들어가 입주자를 퇴거 조치했다. 대종빌딩은 점검 결과 안전진단이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되는 등 붕괴 발생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다. E등급은 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특히 1991년 완공된 노후 건물임에도 이 건물은 그간 안전진단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목동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양천구 목동 아파트 인근에 매설된 노후 온수관이 파열돼 1800여 세대의 난방이 중단됐다. 지난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30분, 목동 1단지 아파트 단지에 묻힌 온수관 파열로 인근 세대에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서울시 열수송관 대부분이 1970~1980년대 만들어진 노후 시설로 이미 30~40년 전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완벽할 수 없다”며 “서울시가 보유한 동공 탐사 기술과 원격 점검 기술을 동원한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저녁에는 안산시의 온수관이 파열돼 1100여 세대에 온수와 난방 공급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재난에 취약한지 반복적인 사고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예고된 인재들

시민들은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원인 진단과 책임 규명 등을 요구하는 한편 관련 공사에 대한 질책을 서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안전한 대한민국’ 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내년도 일자리 및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높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조기 집행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16명이 부상을 입은 열차 탈선 사고와 관련해선 완벽한 복구 및 피해보상·원인 진단·책임 규명·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사고와 관련해 철도공사·공단과 합동으로 시설과 차량부품을 일제히 점검하고, 시설검증과 신호조작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고 발생 시 대기시간 한도 등 이용자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피해보상을 확대하며, 승객 피난, 구호에 대한 기준 등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T 아현지사의 통신구 화재 사고와 관련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00개 통신시설을 현장 점검하고,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통신재난 방지대책을 연내 수립할 방침이다. 온수관 파열사고와 관련해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까지 20년 이상 장기사용 열수송관 686㎞의 긴급점검을 마무리하고 정밀진단에 착수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 13일 오전 10시 15곳 중앙부처, 17곳 시ㆍ도와 함께 범정부 사회기반시설 안전관리대책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철도, 정보통신, 다중밀집시설 등에 대한 안전관리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고양 저유소 화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KTX 오송역 단전과 강릉역 탈선 등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은 재발방지대책 마련, 국무총리는 사회기반시설 안전점검을 지시한 가운데 범정부적 비상대응체계를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철도, 금융, 에너지, 원지력 등 사회기반시설 주관부처는 상황관리, 대응절차 등 안전관리체계의 재정비를 요청받았다. 인력배치와 시설ㆍ장비 등 적정성의 일제 점검, 사회기반시설에 안전관리예산 우선 투자 등도 주문받았다.  

철도 안전대책으로 취약시설 특별 안전점검, 철도대책반 운영 등도 합의했다. 에너지 안전대책으로 석유ㆍ가스ㆍ전력 등 에너지 시설 특별 안전점검, 지하매설 열 수송관ㆍ가스배관ㆍ전력구 등 점검과 안전대책 마련 등을 추진하는 데도 모두 공감했다. 정부가 후속조치를 약속했지만 기반시설 안전사고는 예고된 인재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먼저 재난 안전 관련 공공기관에 해당 경험이 없는 여권 인사들이 기관장으로 선임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오영식 사장이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다. 오영식 사장은 16대·17대ㆍ19대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취임 당시부터 철도 분야 경험이 거의 없어 전문성 부족에 대한 의문 부호가 항상 따라다녔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코레일의 경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너무 심각하다. 코레일과 자회사 임원을 통틀어 전체 37명 중 13명이 낙하산 인사”라며 “오 사장은 전대협 의장이었고, 민주당 3선 의원에 문재인 캠프 조직부본부장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철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가 발생하는데 대한민국 철도 관리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얼마나 가슴 답답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국토부를 비롯해 코레일은 대오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도 “코레일 사장은 코레일과 전혀 관련 없는 대학의 운동권 출신이었다”며 “취임 이후 한 것은 안전 문제와 관련 없는, 대법원에서 정상적으로 판결난 98명의 해고자를 특별채용 형식으로 채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니까 기강 확립이 안 되는 것이다. 누가 열심히 성실하게 안전을 챙기겠느냐”며 “일 안 해도 복직시켜주고, 돌아오면 더 영웅 취급을 받는데 누가 밤새워 일을 하겠느냐”고 재차 반문했다. 또 공사들의 안전 불감증과 기강 해이가 사고의 배경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고양 저유소 화재사고는 관련 규정 미비와 관리·감독 책임자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의 탱크 48만7000배럴, 송유관 78㎞는 산업부가 지정한 국가기반시설로 지정되어 있다. 화재사고가 일어난 고양시의 저유조 시설 역시 재난안전법에 따라 관리해야 할 국가기반시설이다. 그러나 재난안전법에는 국가기반시설의 안전설비 의무화 규정이 없다.

김성환 의원은 “주요 국가시설임에도 불구, 주유소에도 의무화되어있는 유증기 회수장치가 저유조 저장시설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 법령 개정을 주장했다. 화재감지센서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었던 대한송유관공사의 관리 감독 강화 요구도 이어졌다. 김성환 의원은 “국가시설을 민영기업이 관리하는 경우에는 안전문제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열차 탈선사고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정의당은 “강릉선 열차 탈선 사고는 ‘안전 업무의 외주화’ 가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예산 절감을 이유로 전기·시설·정비 등 기본적인 시설 보수 점검을 담당하는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잃어버린 신뢰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정작 사고 원인에 대해 급강하한 날씨 탓을 하는 코레일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코레일 주장대로라면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365일 사고가 나야 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고양 저유소 폭발, KT 아현지사 화재, 백석역 온수관 파열,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국민 생활의 편의와 직결된 기반시설의 안전 문제 원인으로 매번 ‘외주화’ 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더 이상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반시설의 외주화 문제가 확인된 만큼 동시에 처방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며 “돈과 효율화가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외주화에 따른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예방할 수 있었지만, 막지 못한 안전 사고의 영향으로 공사에 대한 신뢰는 점점 무너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안전사고는 겉으로 드러난 하나의 문제일 뿐, 이대로라면 어떤 형태로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해당 공사 차원은 물론 직원 개개인마다 스스로 재발 방지에 대해 노력하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든 공(公)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잊을 때 우리 국민들에게는 공(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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