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국무장관 “북한,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 지정”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국무장관 [뉴시스]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국무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북한에게는 뼈아픈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인권 문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로 지속돼 온 ‘백두 혈통’은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장해주지 못한단 비판에 늘 휩싸여 왔다. 이 문제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직접’ 제재하는 국면이 펼쳐지며 실질적인 압박이 가해지는 형국이다.


美 재무부, ‘넘버 투’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제재
미국 정면 압박에 북한 “美, 인권재판관 행세야말로 철면피” 반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미국이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언론 성명을 통해 “나는 11월 28일 북한과 중국, 이란 등 10개국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며 “국제적인 종교자유 보호와 증진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대외정책”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콘퍼런스 콜(Conference Call·전화를 통한 회의)에서 북한의 열악한 종교자유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들이 있는지 묻는 질의에 “북한에서 취해질 수 있는 추가 조치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한 종교 자유 문제에 관해 “이는 행정부에 있어 중요한 외교정책 문제이며 우리는 이 문제를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번에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된 곳은 북한, 중국, 이란, 미얀마, 에리트레아, 파키스탄,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10개국이다. 북한은 2001년부터 17년째 해당 명단에 들어 있다.

국무부는 1998년 미 의회가 제정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해마다 세계 각국의 종교 자유를 가늠한다. 이 법은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악명 높은(egregious) 종교적 자유 침해에 관여하거나 용인하는 국가를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도록 규정한다.

 

美 앞당겨진 발표 두고
제재 정책 vs 의미 없다

 

국무부의 앞선 발표는 올해 초에 이뤄졌다. 국무부는 지난해 12월 22일 북한 등 10개국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한 뒤 올해 1월 4일 공표했다. 하지만 올해 발표가 앞당겨지자  이에 관한 해석이 분분하게 제기되는 모양새다.
먼저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미국이 북한 인권에 대해 정면으로 압박을 가했단 의견에 무게추가 기운다. 

이는 하루 앞선 10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재무장관이 북한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경택 국가안전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등 북한 핵심인사를 인권 유린과 관련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최 부위원장을 포함한 세 사람을 ‘북한 제재 및 정책추진법(NKSPEA)’에 따라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북한의 인권 유린 등에 대한 대통령 행정명령 13687호에 의거한 것이다. 특히 이번 제대 대상에 포함된 최 부위원장은 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재무부는 최 부위원장에 대해 “당·정·군을 총괄하는 북한 내 ‘넘버 투’ 공직자로 보고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무부는 국무부 보고서에 근거해 최 부위원장은 노동당의 제2인자로서 정부와 군에 대한 넓은 범위의 영향을 미치며 북한의 정치 사안과 이념적 규율을 통제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솔하고, 정 국가안전보위상은 검열 활동과 인권 유린을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박 선전선동부장은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무자비한 검열을 통해 정보 통제 및 이념적 순수성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렸다.

이번 조치로 인해 북한 인권 관련 제재 대상은 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비롯해 개인 32명, 기관 13곳으로 증가했다. 제재 대상으로 선정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외교계 일각에서는 이에 관해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매해 발표시기가 조금씩 다르다”면서 “발표한 주가 세계인권주간이라는 점이 관련돼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UN(국제연합)은 1950년 제5회 UN총회에서 12월 10일을 세계인권선언일로 선포해 매년 이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그 전후를 인권주간으로 정했다. 이는 조약과 같은 구속력은 갖지 않으나 인권보장의 표준이라는 의의와 가치를 지닌다.

 

재무부, ‘오토 웜비어’ 언급
북한, “대북 압박 책동” 주장

 

이날 재무부의 발표 자료에서 ‘오토 웜비어(Otto Fredrick Warmbier)’를 거론한 부분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이던 웜비어는 2016년 당시 여행을 목적으로 북한에 방문했다가 북한의 체제 선전물을 미국에 가지고 가려 한 혐의로 억류돼 같은 해 3월 국가 전복 음모죄 등의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돼 있다 2017년 혼수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송환됐으나 이후 6일 만에 숨지고 말았다. 

그가 사망하자 미 행정부는 같은 해 11월 북한을 금융체제에서 전면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북 금융제재법인 ‘오토 웜비어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20일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거센 반향이 일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 핵심인사 세 사람을 인권 유린 제재 대상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오늘 조치는 18개월 전 숨진 미국 시민 오토 웜비어가 북한 당국으로부터 당한 잔혹한 처우를 다시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결정문을 통해 북한, 중국, 이란, 남수단, 베네수엘라 등 18개국을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에 따른 2019회계연도 특정 자금지원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다. 국무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북한을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한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상의 후속 절차다.

국무부는 매년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통해 인신매매 감시대상국을 지정하고 있다. 북한은 2003년부터 최하위 등급인 3등급 국가로 분류돼 16년 연속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됐다.

결정문은 해당 국가들이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거나 인신매매희생자보호법 준수를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때까지 비(非)인도적 지원이나 비무역 관련 지원을 막는다. 또한 개발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 참여한 미국 측 인사들에게 해당 기관이 이들 국가에 자금 대출 등을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규정했다.

한편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들은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3일 ‘참혹하고 끔찍한 자국의 인권실태나 관심해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 “최근 미국이 우리 공화국을 ‘인신매매국’으로 걸고 들면서 대조선(대북) 압박 책동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며 “이것은 자기 존엄, 자기 제도를 생명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우리 인민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권의 불모지, 인간 생지옥으로 세계에 그 실상이 널리 알려져 있다”며 “미국이 그 누구의 인권상황을 꺼들며 인권재판관처럼 행세하는 것이야 말로 철면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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