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 주(州)의 지방법원 레이먼드 보엣 판사는 자기에게 벌금형 25달러(2만7000원)를 선고했다. 보엣 판사는 재판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 벨이 울려 재판을 방해하였으므로 법대로 벌금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재판 중 휴대전화 벨이 울리면 부과하던 벌금 액수 중 최고액을 자기에게 선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판사도 보통사람과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판사도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른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5명의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무려 22번이나 위장전입해 실정법을 어겼다. 주민등록법 37조 제3호에 따르면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선고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위장전입한 5명의 대법관·헌법재판관들은 걸려들지 않았고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가 2012년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 재판장이었을 때였다. 그는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회부된 김모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해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김 씨에게 준엄하게 유죄선고를 내렸던 김 대법관 후보자는 그 당시 이미 세 차례나 주소를 불법 신고,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뒤였다.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위장전입 판결은 더욱 가관이었다. 이 재판관이 2011년 서울중안지법 형사9부 재판장 시절이었다. 피고 김 모씨 등 3명이 대부업체를 속이기 위해 자기들의 주소를 해당 주택지로 옮기는 위장전입을 여러 차례 했다.

이 재판장은 이들에게 공문서 및 사문서 위조·사기·위장전입 죄로 1심 선고대로 징역 10개월에서 1년6개월까지 선고하면서 “지능적인 범행”이라고 호되게 꾸짖었다. 하지만 이은애 재판관 자신도 이미 8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뒤였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와 이은애 헌법재판관은 미국의 보엣 판사처럼 자신들에게도 여러 차례 위장 전입한 죄에 대해 스스로 법정 최고형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 나라 일부 최고 법관들은 불법 위장전입을 상습범처럼 자행했으면서도 같은 죄의 피의자들을 판결할 땐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준엄하게 선고한다. 보엣 판사 말대로 “판사도 보통사람과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판사도 법을 어기면 그에 따른 마땅한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 그러나 대한민국 최고 법관들 중 일부는 지난 날 법을 어겼으면서도 “보통사람과 똑같이”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보통사람들에게만 실형을 선고하였다.

저렇게 비뚤어지고 구겨진 사람들이 최고 법관이 되었다. 그들은 정의와 원칙보다는 개인적 사익 편의와 요령에 도가 튼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대법관·헌법재판관 자리도 편의와 요령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의심된다.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최고 법관으로 올라섰다는 데서 보엣 판사에게 부끄럽다.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대법관·헌법재판관 15명 중 11명이 위장전입·다운계약서에 걸렸다. 그들 중 절반은 민변이나 법원 내 좌편향 이념 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문 정권은 한쪽으로 기운 이념 코드에 맞추기 위해 기본을 저버린 사람들을 최고 법관자리에 임명했다. 그러다 보니 12월 12일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대한변협회장 등 200여 명의 법조인들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이념적 편향성”으로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던 날 “정의로운 대한민국…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편향되었으며 위장전입·다운계약서를 저지른 사람들을 최고 법관으로 임명하는 게 “정의롭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냐고 묻고 싶다. “정의롭고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은 벌써 물 건너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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