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SNS "현실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다"
"여러분은 선생님이 아닙니다. 성적 트레이너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입시 교육'의 피해자...전폭적 공감 일으켜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이 안방을 사로 잡고 있다. 비 지상파에다 밤 11시에 시작하여 오전 0시를 넘겨 끝남에도 불구하고, 본방 시청률이 8%를 넘는다. 주말 낮 재방송마저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자들은 왜 이토록 'SKY캐슬'에 열광하는 것일까.


◇ 수능 직후 '입시 교육'에 지쳐 있던 우리 사회...때마침 등장한 'SKY캐슬'

'SKY캐슬'이 이토록 흥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본 드라마는 11월 15일 시행된 2019학년도 수능 시험 직후인 11월 23일 1회 방송을 시작했다. 수능이 끝난 직후 수능에 대한 각종 논란이 대두되고 입시 제도에 대한 논쟁이 첨예한 시점에 때마침 방영된 것이다. 제작진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런 절묘한 타이밍이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사실 매년 입시 제도의 변동과 이에 대한 논의, 수능 직후 난이도 논란, 추후 입시 전략 논의 등은 우리 사회의 고정된 레파토리다. 비단 수능 당사자인 학생과 그 학부모가 아니어도 우리는 이런 레파토리에 알게 모르게 피로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SKY캐슬'은 우리 사회의 이런 피로함을 정확히 파고 들었다. 그래서 첫 방송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제는 열풍을 넘어 '신드롬'까지 일으킬 기세다.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정확히 묘사하다

방영 시기도 시기지만 그것만으로 이처럼 열풍을 일으킬 순 없다. 각종 SNS 및 커뮤니티에는 "드라마의 내용이 결코 과장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현실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진 않다"는 의견도 많다. 이처럼 흥행의 가장 큰 요인은 '있는 그대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대학 입시'에 '미친' 사회다. 지금까지 이런 우리 사회의 단면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프로그램은 없었다. 물론 우리 교육의 폐단과 병폐를 지적하고 논의하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점잖고 정제된 표현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비판하는 수준이었다. 하나 같이 수위를 정해 놓은 것처럼 추상적인 논의만 있었다. 따라서 모두가 절실히 공감할 만한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입시 교육'이 문제란 점은 모두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그 병폐와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지 'SKY캐슬'처럼 생경하게 알려 주는 방송은 없었다.

하지만 'SKY캐슬'은 다르다. '입시 교육'의 본질적인 폐단을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열어 보이고 있다. 우리가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분명히 우리 교육은 단단히 잘못되고 비정상적인데, 누군가 이 단단히 '미쳐 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못해 내심 답답했던 우리들이다.

'SKY캐슬'은 이 부분에서 정곡을 찌르고 있다. 정제하지 않고 우리 교육 현실의 적나라함 그 자체를 철저히 묘사한다. 이에 맞춰 돋보이는 연출력과 염정아, 이태란, 정준호, 김정란, 윤세영, 정애리 등 중견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각각의 캐릭터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SKY캐슬'은 우리 나라 교육 현장이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다. '바로 이거다'라고. 'SKY캐슬'은 대리 만족과 공감을 일으키며 미친듯이 시청자를 빨아 들인다.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 "여러분은 성적 트레이너일 뿐입니다"...우리 교육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촌철살인

우리 교육에 대한 단적인 묘사는 극중 입시 코디로 나오는 김주영 선생(김서형)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김주영 선생은 팀을 이루는 선생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을 한다. "여러분은 선생님이 아닙니다. 성적 트레이너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들을 은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대사야 말로 현재 '입시 교육'에 미쳐 있는 우리 교육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우리 사회의 교육열은 광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진짜 교육'은 없다. 기득권에 합류하거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입시 교육'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SKY캐슬'은 그러한 부분을 한치의 가림 없이 적나라하게 우리에게 보여 준다. 시청자들은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 그리고 우리 모두 피해자인 우리 교육의 현실을 대신 드러내 주는 'SKY캐슬'을 보면서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씁쓸해 한다.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사진=JTBC 'SKY캐슬' 공식 홈페이지]

◇ '입시 교육'의 성공자들...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모습

또 다른 절묘함은 '입시 교육' 성공자들의 적나라한 모습 묘사다. 'SKY캐슬'에 나오는 학부모들 특히 아버지들은 대부분 서울대 출신들이다. 그것도 의대와 법대를 나온 우리 '입시 교육'의 최후 승자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는 찾아 보기 힘들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남을 이기고 기득권에 합류한 그들에게 타인은 제쳐야 하고 짓밟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는 '입시 교육'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다. '입시 교육'의 승자들답게 그들은 사회적 부와 권력, 명예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자식들도 똑같은 '입시 교육'을 받고 그 교육에 충실한 아이들일수록 타인 배려, 더불어 살기의 미덕은 개념조차 없다.

'입시 교육'의 승자들은 오로지 기득권 지키기와 자식들의 기득권 편입만을 목적으로 산다. 그들은 혹여나 '캐슬 단지'가 상징하는 엄청난 부와 명예의 기득권에서 밀려날까 매사에 노심초사하며 산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는 그들에게 인간적 모습과 참다운 행복은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은 현재 우리 사회 기득권들이 왜 그리도 이기적이고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살아가는지 공감하게 된다. 사실 비기득권층도 내심 기득권층의 그런 모습을 부러워하지 않던가. 궁극적 원인은 '입시 교육'의 폐단에 있는 것이다.

 

◇ 매번 '입시 제도'만 논의...정작 '진짜 교육'에 대한 논의는 없는 사회

매년 수능이 끝나면 수능 문제의 출제 방향과 분석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된다. 난이도에 대한 논의, 향후 입시 전략, 수능과 학생종합평가(이하 학종)의 비중 문제 등에 대한 논의는 이제 11월의 연례 행사가 돼 버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어 31번의 킬러 문항 난이도에 대한 비판이 각종 뉴스를 도배했고, 난이도 실패에 대해 정부가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나라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강남 학원가엔 연일 국어 학원이 자고 일어나면 생긴다. 난이도가 높으면 높다고 비난이 이어지고, 쉬우면 변별력이 없다고 성토가 이어진다. 학종의 비중을 높이면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수능의 비중을 높이면 사교육의 폐단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작 근본적인 '진짜 교육'에 대한 논의는 없다. '입시 교육'에 대한 논의만 있을 뿐이다. 이에 맞춰 정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치를 보며 매년 '입시 제도'만 수정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입시 제도'를 제 아무리 수정해도 결론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진짜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와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 '전인 교육' 입에 발린 이상향이 결코 아니다...'진짜 교육'의 핵심 요소로 절실히 느끼고 논의 돼야

우리도 이제 유대인의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교육열이 비슷하게 높은 두 사회지만 교육의 본질은 전혀 다르다. 유대인 사회의 교육은 '전인 교육',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민과 이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교육'이다. 반면 우리 교육은 '남을 이기고 내가 기득권에 편입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본질적인 차이로 인해 교육열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인 교육'과 '스스로 생각하는 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 '입시 제도'만 고쳐봐야 학원가의 입시 전략만 바뀔 뿐이다.

'전인 교육' 등을 입에 발린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진짜 교육'의 핵심 요소로 우리 모두 절실히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고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한다면 우리 교육도 분명히 변한다고 확신한다.

'SKY캐슬'은 우리 교육의 이 같은 모순과 폐단을 돌아보게 한다. 사실 우리 모두 '입시 교육'의 피해자이자 'SKY캐슬' 주민과 다름 없다. 우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공감하며 돌이켜보는 기회. 이것이 밤 늦은 시간까지 'SKY캐슬'이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