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뉴시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행정처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윗선을 향한 보강수사에 무게추를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을 재청구할 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최근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에 대해 3차 압수수색을 진행해 확보한 자료를 살피는 등 전직 대법관들과 관련된 의혹을 여러 방면에서 수사 중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지난 7일 기각된 후 열흘 가까이 보강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과 직결되는 만큼, 그 혐의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서두르지 않고 면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사건이 철저한 상하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상급자인 이들의 영장 기각을 납득할 수 없다며 영장에 적시된 범죄혐의 외에 규명해야 할 중대범죄가 많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에 따라 사법농단 수사까지 다다르게 된 단초인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과 재판개입 관련해 추가로 밝혀진 재판부 배당 조작 의혹 등 각종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시켰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이 가해진 정황을 발견하고 잇따라 관련자들을 불러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을 압수수색해 양 전 대법원장 취임 초기인 2012~2013년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 등 관련 자료를 추가 확보해 분석에 돌입했다.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도 지난달에 이어 이날 참고인으로 다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2012년 2월 서 전 의원이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과정 및 이후 소송 등과 관련해 추가로 드러난 의혹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에도 같은 장소를 두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를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음주운전을 한 법관, 법정 내 폭언을 한 법관 등 비위나 문제가 있는 판사들 이외에 사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들의 향후 인사 조치를 1안과 2안으로 나눠 인사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해외파견 및 대법원 재판연구관 선발 등에서 제외한 정황도 담겨 있다.

특히 해당 문건들에는 박 전 대법관이 자필로 지시, 결재 등을 내리며 검토 및 개입한 정황이 포함됐으며 양 전 대법원장도 이를 보고 받고 직접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인복 전 대법관의 비공개 조사에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당시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경위 등과 관련한 조사도 시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가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재판부 배당을 조작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부를 지목, 배당되도록 전산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다른 재판 관련 추가 정황이 있는 지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아울러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두고 양 전 대법원장이 전범기업 측 대리인인 김앤장 측 관계자를 직접 만나 논의한 정황도 확인해 수사를 진척 중이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전방위로 다루며 혐의 입증에 집중하는 한편,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 재청구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영장 기각 후 두 전직 대법관은 재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의혹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은 다음달께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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