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차이즈 스타'는 팀의 정체성과도 같아
팬 서비스 차원에서도 '합리적인 운영'만 내세울 일 아니다
삼성, 프로 스포츠는 팬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점 인식해야

MVP 삼성 다린 러프 [KBO]
삼성 다린 러프 [KBO]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2014년 삼성 ‘배영수, 권혁’ 한화 이적. 2015년 삼성 ‘박석민’ NC 이적. 2016년 삼성 ‘최형우’ KIA 이적, 삼성 ‘차우찬’ LG 이적.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011~2014시즌 삼성 왕조의 주역들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제일기획으로 삼성 라이온스 구단 운영이 이관된 이후 삼성 왕조 주역들의 이탈은 계속됐다. 자 팀 ‘프렌차이즈 스타’ 선수들에 대한 삼성의 행보는 이처럼 여타 구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다수 구단이 자 팀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들에 대해선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 제일기획 이관 후 삼성 라이온스의 '합리적인 운영' 기조...흩어진 '프렌차이즈 스타들'과 추억이 된 '삼성 왕조'

제일기획은 ‘운영 합리화’를 기치로 그동안 전폭적인 지원을 했던 야구단에 대폭 감액을 시도해왔다. 연봉 감축, 적체된 선수들 방출, 고액 FA 협상 회피 등을 통해 구단의 페이롤을 대폭 감소시켰다. 그 결과 위에 언급된 대형 FA 선수들이 타 팀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 팀 성적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출 감소에 따라 성적도 하락하는 삼성 구단의 운영을 과연 ‘합리적인 운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구단 입장에선 지출을 줄이고 건전한 재정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부작용은 팬들의 누적되는 스트레스다. 프로 스포츠는 팬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영 기조로 인해, 팀의 궁극적 기반인 삼성 팬들은 계속되는 ‘프렌차이즈 스타’들의 이적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이미 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누적된 상태다. 팬들 입장에선 자 팀 FA가 나오면 이제 그 누구도 잔류를 장담하지 못한다. 제일기획의 ‘합리적인 운영’ 결과 현재 삼성엔 영구결번에 지정될 만한 ‘프렌차이즈 스타’가 거의 없다. 팬들 입장에서 ‘프렌차이즈 스타’는 자 팀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의 상징, 그리고 팀의 정체성과도 같다. 지나치게 ‘합리적인 금액’ 측면에서만 FA 선수들을 대하다 보니 결국 타 구단의 투자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팀 정체성 확보의 측면에서, 그리고 팬들의 애정에 대한 보답 측면에서라도 ‘프렌차이즈 스타’나 그에 준하는 선수는 ‘합리적인 운영’ 원칙만 내세울 일이 아니다.

삼성라이온스 김상수 <뉴시스>
삼성 라이온스 김상수 <뉴시스>

◇ 또다시 맞이한 자 팀 FA '윤성환ㆍ김상수' 그리고 용병 '다린 러프'

2018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요즘 삼성은 또다시 자 팀 FA를 맞이하게 됐다. 내야수 김상수(28)와 투수 윤성환(37)이다. FA는 아니지만 2년 간 팀의 4번 타자를 맡은 다린 러프(32)도 재계약 대상이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스와 다린 러프(32), 김상수(28), 윤성환(37)과의 계약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최근 삼성은 러프와의 계약에 대해 "계약을 맺을 때까지 시간은 필요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만큼 삼성은 러프와의 계약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러프의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삼성은 현재 다소 여유를 부리고 있다. 삼성이 아니면 계약할 곳이 없다는 무의식적인 자신감으로 연봉 협상에서 내심 ‘갑’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내심 ‘갑’의 위치를 갖는 것은 윤성환과 김상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김상수의 경우, 사실 최근 3년 기록은 입단 시절보다 더 못하다. 최근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을 감안하면 아무리 유격수라도 OPS 6할의 기록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wRC+도 꾸준히 60대를 기록하며, 리그 평균 선수에도 미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타 팀에서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할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다. 윤성환의 경우 그동안 꾸준함의 대명사라 할 만큼 준수한 기록을 써왔다. 그런데 하필 FA직전 시즌인 2018시즌 윤성환은 24경기 출장 5승 9패, 117.1이닝, ERA 6.98, WHIP 1.67, WAR -0.51의 처참한 기록을 썼다. 게다가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때문에 타 팀에서 보상금 24억 또는 보상 선수를 주고 영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삼성 투수 윤성환 [뉴시스]
삼성 라이온스 투수 윤성환 [뉴시스]

위 선수들을 삼성이 꼭 잡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 팀 선수들과의 계약에서만큼은 '지나친 시장 논리'와 ‘합리적인 운영’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제일기획의 ‘합리적인 운영’과 철저한 시장 논리 측면에서 보면 사실 세 선수 모두 삼성이 잡지 않아도 된다. 이를 입증하듯 삼성도 자신이 ‘갑’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협상에 대해 여유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합리적인 운영’만을 내세울 것인가. 그리고 ‘합리적인 운영’은 어느 정도 성적이 뒷받침 됐을 때 논할 수 있는 말이다. '합리적인 운영'을 내세우며 성적 하락과 팬들에게 실망을 가져다준 삼성이다. 이제는 방침을 바꿀 필요가 있다.

 

◇ 팀의 정체성인 '프렌차이즈 스타'...프로 스포츠의 필수 요소

김상수는 아직 젊은 나이이고 경북고 출신 1차 지명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자 팀 ‘프렌차이즈 스타’ 만들기를 위해서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윤성환도 그동안 팀 기여도를 감안하면 ‘프렌차이즈 스타’임이 유력하고 그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철저한 시장 논리’만을 내세울 일이 아니다. 러프의 경우, 현 KBO 용병 타자 중 정상급 기량의 선수라는 점에서 첨예하고 빡빡한 줄다리기가 과연 능사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단지 삼성도 이제는 매번 똑같은 논리의 ‘합리적인 운영’을 벗어나 팀의 정체성을 지키고 팬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화끈한 결정과 통 큰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팀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동기 부여나 사기 진작 측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팬들에게 그동안 누적된 자 팀 FA 선수 이적에 대한 실망과 스트레스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삼성 선수의 몸값이 오르면 ‘합리적인 운영’에 맞지 않아 타 팀으로 이적하게 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결국 삼성 ‘프렌차이즈 스타’는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팬들의 구단에 대한 애착과 열정도 그만큼 식어갈 것이다.

‘시장 논리’와 ‘합리적인 운영’만이 언제나 능사는 아니다. ‘팀의 상징’ 지키기와 팬 서비스의 화끈한 모습도 프로 스포츠에선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삼성 팬들도 이제는 내심 구단의 ‘손익 계산기’만 두드리는 모습을 그만 보고 싶을지 모른다. 그동안 ‘손익 계산기’ 때문에 수많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타 구단에 뺏긴 삼성이기 때문이다.

 

◇ 선수들도 자신의 위치와 냉정한 현실 파악해야

물론 선수들 입장에서도 냉정히 현실 파악을 해야 한다. 러프·김상수·윤성환은 여러 정황상 삼성 외에는 이적할 곳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선수들도 본인의 입지와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구단의 의견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양 쪽 당사자 모두 열린 자세로 최대한 의견 조율을 통해 빠른 협상을 성사하고 다가오는 2019시즌을 하루라도 빨리 준비하는 것도 큰 실익으로 보인다.

삼성 라이온스와 ‘김상수·윤성환·러프’의 계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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