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정지‧상장 폐지로 재산 날려도…개인 투자자 보호는 여전히 미흡

지난달 18일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 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코스피지수가 전날 대비 62.78포인트(3.40%) 폭락해 1782.46에 마감했다. <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화 무관함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주식 시장에서 고의적인 분식회계 및 감사부실 혐의로 인한 거래정지 또는 상장폐지 사례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피해를 피하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의 호소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주식시장은 일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2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000억 원 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실질심사 사유 발생으로 종목 거래는 정지됐고, 한달여만인 지난 10일, 거래가 재개됐다.

주식 시장 최대 화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정지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금융감독원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감리에 나서면서 시장의 중심에 서있는 모양새다.

또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대호에이엘 투자자들도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한솔신텍, 디지텍시스템스 등의 사례에서도 분식회계 때문에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대규모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투자자 보호는?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수록 ‘분식회계’ 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적(主敵)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일순간 거래 정지를 당하고, 심하면 종이 조각으로 전락하는 탓에 개인 투자자 보호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해당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소마필사(小馬必死)론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자행한 대상과 부실감사를 저지른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을 때, 현재 정책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장해주는 부분은 없다”면서 “손해배상청구소송 또한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의심받고, 감리가 전망되는 가운데 ‘대마불사’ 를 믿고 ‘투기성’ 투자를 강행한 투자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분식회계 범죄 혐의와는 전혀 무관할 뿐더러 열심히 공시를 살펴보고 재무제표를 따져본 것이 전부인 개인투자자들의 경우다.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가 공시 정보를 빼면 특정 기업 사정을 제대로 알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군다나 개인 투자자들은 예고 공시 한 번 보지 못한 채 거래를 정지당하고, 상장폐지로 재산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투자 종목의 분식회계 혐의가 발생해 거래정지를 당한 한 개인 투자자는 “특정 기업과 회계법인이 투자자 몰래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금융당국은 아무런 예고 없이 거래 정지부터 시킨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누구를 믿고 주식 거래를 하느냐”면서 “투자자 보호라는 가치는 모두 배제된 처리 과정”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신뢰성 회복은?

분식회계가 밝혀지고, 그에 따른 손해가 있었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해졌을 때의 투자자 보호 정책을 보강하는 동시에, 신뢰가 붕괴된 시장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 역시 개인 투자자 보호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잠시의 시장 혼란을 감수하고 대마불사 관행에 철퇴를 내림으로써 불공정한 관행을 끊는 것이 훨씬 더 많은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경제적 시장 원리에도 합치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명확하지 않는 정보의 홍수와 금융당국의 애매한 일처리가 주식 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투자’가 아닌 ‘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볼 필요도 있다”고 한다.

한편 주주가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승소한 사례는 한솔신텍과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이 대표적이다. 2016년 승소가 확정된 한솔신텍 분식회계 소송의 경우 주주들이 손해액의 70%가량을 배상금으로 받아냈다.

STX조선 주주 300명이 분식회계로 입은 피해액 80억여원을 물어내라며 낸 소송은 2심에서 60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주주들은 감사 보고서를 신뢰하고 주식을 취득했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액의 6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소송은 3년째 1심 소송 중이다. 사건 수만 약 30건으로 청구액은 1120억여원 수준이다. 잘못된 관행의 철폐, 시장 안정과 개인 투자자 보호, 불법 요소 근절과 시장 원리 합치 등 모든 면에서 봤을 때 분식회계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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