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심석희, 조재범으로부터 수년간 상습폭행 당해
이택근, 후배 문우람을 야구 배트로 7차례 가격해 응급실 행
안우진, 고교 시절 동기 3명과 함께 후배 선수 야구 배트로 폭행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스포츠 계 폭행 사건들이 연일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심석희(한국체대)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6월 18일 오전 수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쇼트트랙 심석희(한국체대) 선수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가 6월 18일 오전 수원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심석희,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수년간 상습폭행 당해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심석희는 17일 조재범(37)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점을 진술하기 위해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심석희는 "피고인을 처음 만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겪었고,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면서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강도가 심해졌고, 긴 기간 폭행이 일상적이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을 20일 남겨둔 때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먹과 발로 신체 여러 부위를 집중적으로 맞아 뇌진탕 상해를 입었다"며 "시합 도중 의식을 잃고 넘어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한 뒤 변호인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한 뒤 변호인과 함께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심석희의 발언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 코치·선수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대한빙상연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폐쇄적인 체육계의 구조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부, 체육계가 나서서 방안을 마련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수 있고, 폭력에 노출된 선수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 전 코치를 엄벌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다.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문우람 관련 이태양 양심 선언 및 문우람 국민 호소문 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태양. 문우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148조 '부정행위',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이태양은 KBO 야구규약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영구 실격 제재 처분을 받았다. [뉴시스]
문우람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문우람 관련 이태양 양심 선언 및 문우람 국민 호소문 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왼쪽은 이태양. 문우람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 제148조 '부정행위',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의거해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이태양은 KBO 야구규약 제150조 제2항에 따라 영구 실격 제재 처분을 받았다. [뉴시스]

◇ 문우람, 넥센 이택근으로부터 야구 배트로 7차례 머리 가격 당해 응급실행

빙상계 뿐만 아니다. 야구계도 폭행 사건으로 진통을 앓고 있다. 하지만 빙상협회와 마찬가지로 대한야구협회(KBO·총재 정운찬)도 이에 대해 강력한 징계나 처벌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문우람은 자신이 승부조작 브로커가 아니라는 결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주된 사안은 자신이 브로커가 아니라는 결백에 대한 내용이었지만, 이와 별개로 과거 문우람의 넥센 시절 폭행 사건이 부각됐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015년 5월 내가 팀 선배에게 야구배트로 폭행을 당해 힘들 때 쇼핑하면 기분이 풀릴 거라면서 조 씨가 선물한 운동화, 청바지, 시계가 결과적으로 나를 승부조작 범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발단이 되어 문우람의 과거 폭행 사건이 덩달아 화두에 오르게 됐다.

이택근 <뉴시스>
이택근 <뉴시스>

당시 문우람을 폭행한 선배는 같은 팀 이택근으로 밝혀졌다. 문우람의 주장에 의하면 이택근이 야구 배트 손잡이 부분을 이용해 폭행을 했고 이로 인해 문우람은 응급실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 문우람은 머리를 약 7차례 가격 당했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어지러움과 뇌진탕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그는 당시 응급실 진료 기록까지 공개했다. 비록 사건 직후 이택근이 문우람의 부친과 문우람에게 사과하는 형태로 사건을 일단락 했지만 이는 명백히 ‘특수 폭행’ 혐의를 받는 중범죄다. 넥센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사과했고 큰 무리 없이 일단락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사자간 사과 문제와 처벌은 별개의 사안이다. 이를 묵인하고 넘어간 넥센도 문제다. 반드시 범죄 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과 징계가 논의돼야 한다.

넥센은 18일 KBO에 ‘문우람 폭행 경위서’를 제출했다. KBO는 이를 토대로 19일 ‘상벌위원회’를 열 듯하다. 하지만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경위서와 별도로 '형사 사건'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KBO도 야구계 폭행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할 것이다.

승리투수 안우진 [뉴시스]
승리투수 안우진 [뉴시스]

◇ 안우진, 동기 3명과 함께 야구 배트 등으로 후배 폭행

넥센 안우진의 고교 시절 폭행도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안우진은 특급 유망주로 평가 받던 휘문고 시절 후배를 야구 배트와 공으로 폭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매우 심각한 사건이다. 안우진이 동기 3명과 함께 후배를 야구 배트 등으로 폭행한 것이다. 아무리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죄목은 엄연히 ‘특수 폭행’에 해당될 만한 중범죄였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를 쉬쉬하다 외부에 알려지자 ‘학교폭력위원회’를 다급히 열었다. 하지만 ‘학폭위’에서도 이들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이후 안우진은 실력을 인정받아 넥센에 1차 지명 선수로 선발된다. 그리고 역대 신인 최대 계약금인 6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다. KBO(정운찬 총재)는 안우진의 폭행 사건에 대해 아마추어 때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그가 받은 징계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자격정지 3년이다. 이로 인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은 영구 박탈됐지만 아마추어 스포츠 단체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프로 경기에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KBO는 아마 시절 행위라는 이유로 징계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방치했다. 이에 여론의 눈치를 본 넥센 구단이 자체 징계로 50경기 출장 금지를 내린 것이 고작이다.

화난 여론에 더 큰 불을 지핀 것은 안우진의 인터뷰다. 그는 “과거의 일은 잊고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희대의 망언을 서슴없이 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죄책감을 일체 느낄 수 없는 발언이었다.

 

◇ 스포츠계의 폭행 사건, 일반 폭행 사건보다 더 엄격히 다뤄져야

조재범, 이택근과 안우진의 폭행 사건에서 폭행에 이용된 도구는 모두 해당 종목에서 쓰이는 도구다. 조재범은 아이스하키 채를, 이택근과 안우진은 야구 배트를 범행 도구로 사용했다. 이처럼 운동 기구 등을 사용한 폭력은 중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흉기로 피해자를 가격해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경우 형법상 특수상해죄와 특수폭행치상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 특수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게다가 운동선수들은 근력과 도구 사용 측면에서 일반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들은 특수하게 훈련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운동선수 및 관련자들의 폭행은 비록 도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특수 폭행’ 혐의로 강력히 처벌돼야 한다.

조재범, 이택근과 안우진의 폭행 사건을 보며, 한 가지 공통점이 느껴진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조재범은 지난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대회에서 심석희의 날을 다른 것으로 바꿔 경기력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17일 2심 결심 공판 최후 변론에서 조 전 코치가 “악의나 개인적 감정은 없었으며 심석희가 원한다면 눈앞에 절대 나타나지 않겠다”는 발언에서 자신의 중범죄에 대한 반성의 모습은 엿보기 힘들다. 조 전 코치 입장에선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사과하는 발언이라도 해야 했다. 이택근은 문우람을 야구 배트로 가격하고도 지금까지 이를 묵인했다는 점, 안우진은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망언을 했다는 점 등에서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의 관심과 애착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스포츠는 운동만 잘한다고 만사형통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프로는 팬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외국 프로선수들의 생각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들은 팬들과의 소통, 팬 서비스를 운동 경기의 일환으로 중요시 여긴다.

우리 스포츠 선수 및 관계자들도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한다. 그리고 도덕성과 기본 인격 함양 없이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오래 받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폭행에 연루된 선수들은 반드시 응당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폭행을 미연에 방지하고 위험에 노출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폭행 범죄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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