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역대 최대 구조조정 이어지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정부가 내년에 만들 새 일자리 숫자를 15만 개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에서는 구조조정 찬바람이 부는 등 일자리 상황이 좋지 못한 분위기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 이상 오르는 데다 대내외를 둘러싼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일자리 목표를 달성하려면 민간 투자를 빠르게 현실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상승 여파에 고용 시장 한파
있는 사람도 자르는데...새 사람 뽑을까

정부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취업자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도 정책 노력에 힘입어 15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내년 취업자 증가 폭 전망치는 올해인 10만 명보다 5만 명 많다. 제조업 부진, 서비스업 자동화 등 악재에도 정책적 노력으로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진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는 지난해 증가폭인 32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노동 공급 측면에서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이 확대되지만, 여성·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공급 위축을 완충할 것으로 예측됐다. 고용률(15∼64세)과 실업률 전망은 각각 66.8%, 3.8%였다. 올해(66.7%·3.9%)와 비슷하지만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대기업마저 감원 한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어서 내년 전망치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좋은 실적을 기록한 회사들마저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황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대기업들이 감원 등 긴축경영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관련 정책이 거론된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통한 대주주 권한 축소 움직임 등도 부담 요소다.

제조업 줄줄이 희망퇴직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 5년차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중국발(發) LCD(액정표시장치) 공급과잉에 따른 실적 악화가 배경이다. 이 회사가 생산직의 희망퇴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1000명 가량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직원의 20%에 달하는 3000여 명을 내보냈다.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다. 내년 세계 자동차 수요가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OCI와 금호타이어도 이미 희망퇴직 접수를 마쳤다.

삼성물산은 만 4년 이상 근무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등 다른 건설사도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무급 및 유급 휴직제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고 있지만, 결국 추가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자구계획안에 따라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7년차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 규모가 240여 명에 그치자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빅3 중 수주 실적이 가장 부진하다. 올해 수주 목표액인 82억 달러 중 55억달러를 수주해 70%도 못 미치고, 지난해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수주했던 해양플랜트도 올해는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 3분기 실적에서 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낸 삼성중공업으로서는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달성한 현대중공업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4월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데 이어 8월에는 해양플랜트 가동 중지와 150여명의 추가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해양 부문 유휴인력 1200여 명에 대해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금호타이어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구조조정에 나섰다. 금호타이어는 생산직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은 18년 이상 근속자에게 18개월분의 임금을, 10년 미만 근속자에게는 10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좋았거나 노조의 힘이 강해 구조조정이 힘든 회사들도 내년부터는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 목표치에 따라 내년에 인력을 대거 충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