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 반드시 공론화 돼야...'전면 드래프트' 논의보다 시급
[돌직구]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 반드시 공론화 돼야...'전면 드래프트' 논의보다 시급
  • 신희철 기자
  • 입력 2018-12-18 18:39
  • 승인 2018.12.20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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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서울 3팀의 고교 공동 배분' 제도...형평성, 공정성에 어긋나
애초에 인프라, 환경 등 인재풀과 선택의 폭 자체가 '지방 구단'과 달라
[사진=KBO 홈페이지]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다시 KBO '전면 드래프트'가 논의되기 시작하고 있다. 일부 지방 구단들이 지역별 인재 풀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다시 '연고지 1차 지명제도' 없이 모든 구단이 공평하게 '전면 드래프트'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그 나라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한국 야구는 이미 '전면 드래프트'를 시행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 상황에 맞지 않았고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단 4번만 시행되고 바로 폐지됐다. 지난 2009년~2012년의 드래프트가 한국 야구 역사에서 유일한 '전면 드래프트' 시기였다. 2013시즌부터는 다시 '연고지 1차 지명제도'가 부활해 지금까지 시행 중이다.

 

◇ '전면 드래프트' 이미 과거에 실패했던 제도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자 각 구단들은 연고지역 고등학교 등 아마 야구에 더이상 지원할 이유가 없어졌다. 매년 수억 원의 지원을 하던 구단들은 수천만 원 이하로 지원금을 줄였다. 어차피 모든 구단이 순서대로 전국 고교선수들을 놓고 지명하기에 연고지에 특별히 지원을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아마 야구는 황폐화됐고, 조금이라도 더 환경이 좋은 서울권 학교로 지방 유망주들이 유출됐다.

게다가 신인 드래프트는 매년 8월경 열리는데 1차 지명이 없는 관계로 2월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고교 졸업 선수들과 우선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했다.

그런 제도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역별 팜 차이로 인한 선수 수급 불공정을 이유로 '한화-KT-NC-SK-삼성'이 '전면 드래프트'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임에도 비교적 지역 팜이 좋은 'KIA-롯데', 서울 3팀인 'LG-두산-넥센'은 '전면 드래프트' 도입을 반대한다. 이처럼 현재까지 10개 구단이 5 대 5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10개 구단과 KBO까지 총 11개의 의결권 중 8표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즉 현재 5 대 5의 상황에서 반대하는 3개 이상의 구단이 찬성으로 돌아서거나, KBO가 찬성을 하고 반대 구단 중 2개 이상의 구단이 찬성으로 돌아서야 한다.

따라서 내년 1월 중순에 열릴 실행위원회(단장회의)에서 '전면 드래프트' 도입이 성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 진짜 문제는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 문제다...1월 열리는 단장회의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이미 실패한 '전면 드래프트' 논의를 지금 다시 하는 것은 실익도 없고 통과되기도 사실상 힘들다. 더 시급한 현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 문제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다만 공론화가 되지 않고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가 크지 않아 정식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진짜 문제는 서울 3팀의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이다.

지난 2013년 1차 지명제도가 부활할 때 각 구단 별로 1차 지명할 수 있는 고등학교 팀을 배분했다. 구단별 1차 지명 대상 고교는 아래와 같다.

〈구단별 1차 지명 대상 고교〉

▲삼성(6) : 경북고, 대구고, 상원고, 포철공고, 강릉고, 설악고
▲SK(5) : 동산고, 인천고, 제물포고, 야탑고, 인창고
▲롯데(5) : 개성고, 경남고, 부경고, 부산고, 부산공고
▲KIA(6) : 광주제일고, 동성고, 진흥고, 순천효천고, 화순고, 인상고
▲한화(5) : 대전고, 공주고, 천안북일고, 세광고, 청주고
▲NC(6) : 마산고, 용마고, 김해고, 울산공고, 군산상고, 전주고
▲KT(6) : 유신고, 장안고, 부천고, 안산공고, 충훈고, 소래고
▲두산·LG·넥센(16) : 경기고, 경동고, 덕수고, 배명고, 배재고, 서울고, 선린인터넷고, 성남고, 신일고, 장충고, 중앙고, 청원고, 충암고, 휘문고, 제주고, 원주고

 

이 배분표만 봐도 불공정함과 문제점을 바로 알 수 있다. 서울팀들 두산-LG-넥센은 16개의 서울 학교에 제주고와 원주고까지 총 16개 학교를 1차 지명 대상으로 한다. 이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음을 의미한다. 서울 3개팀들은 매년 순번을 정해 16개 학교 중 최고 유망주들을 먼저 지명한다. 이에 반해 서울 3팀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은 무조건 배정된 학교에서만 1차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은 6개 고교 중 그해 1차 지명감인 유망주가 아예 없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 중에서 한 명을 무조건 뽑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 3팀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16개 학교 중에 유망주가 3명이라면 3팀이 골고루 뽑아가면 된다.

만약 2명 이하의 유망주만 있어서 마지막에 지명하는 서울팀이 뽑을 유망주가 없다면? 그렇게 '울며 겨자먹기'로 뽑는 경우라도 지방팀과 다르다. 왜냐하면 서울팀은 남은 14개 학교 중에서 고르는 것이고 지방 구단들은 5개 학교 혹은 6개 학교에서 무조건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선택의 폭이 다르다. 아무리 유망주가 흉년이라 해도 5~6개 중 택일과 14개 중 택일은 애초부터 기회의 폭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는 심각한 불공정이다.

서울 3팀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의 불공정함은 이게 다가 아니다.

서울권 고교는 단순히 숫자만 생각해선 안 된다. 갈수록 서울 집중화 현상과 인프라, 교육 환경 등의 차이로 인해 서울 학교들의 질은 지방 학교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지방 고교의 경우 선수단이 고작 20여 명인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서울 학교들은 70~80명의 선수단을 꾸리기도 한다. 따라서 질과 양의 측면에서도 서울 3팀은 훨씬 유리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선택권도 넓으니 '서울권 고교 공동 배분'은 혜택을 넘어 특혜 논란까지 불러 일으킨다.

 

◇ 서울 3팀도 '고교 분배' 정식 공론화해야

이처럼 '전면 드래프트' 논의보다 시급한 것이 '서울 3팀 고교 분배 문제'다. 물론 같은 서울 학교들이기 때문에 임의적으로 나눌 기준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학교별 인프라, 교육 환경, 유망주 배출 빈도 등을 잘 파악해서 서울 3팀이 최대한 공정하게 분배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같은 연고지 내의 서울권 학교를 나눌 명분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프로야구는 연고지를 기반으로 정착된 스포츠기 때문에 같은 연고지 내에서 학교를 나누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도 연고지와 관련 없는 강릉고, 설악고를 포함하고 있다. 롯데는 NC 창단 때 경남권의 학교를 배분했다. 게다가 KIA는 같은 호남권인 전주고와 군산상고까지 NC에게 배분했다. 고교 배분의 원칙이 연고지 기준은 맞지만, 형평성과 공정성을 위해선 인위적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기도 하다.

서울권 학교들의 질과 양이 좋은 것은 최근 2차 1라운드 지명자들의 출신 학교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덕수고, 서울고, 경기고 등은 서울 3팀이 1차 지명으로 이미 3명을 선발한 이후임에도 불구 거의 매년 2차 1라운드에 이름을 나타낸다. 그만큼 서울권 고교 중에서도 덕수고, 서울고, 경기고 등의 인재 풀이 좋다는 것이다.

서울팜이 좋다는 것은 주관적 견해고 객관적 평가는 신인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5년 이상을 뛴 후 판단해야 한다고 반론할지도 모른다. 그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애초에 선택지가 두 배 이상 크다는 점만으로도 '서울권 고교 공동 분배'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이다.

그리고 대다수 야구 관계자 및 야구 팬들조차도 서울팜이 좋다는 것을 인정한다. '전면 드래프트'를 굳건히 반대하는 팀 중에 '서울 3팀'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미 실패했던 제도인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지금에 와서 다시 논의하기 보다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제도인 '서울 3팀의 고교 공동 배분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 제도 보완 및 수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