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명분‧사과 없는 ‘3無 복당’… 정보위원장직 끝까지 고집할까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뉴시스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바른미래당 OUT, 한국당 IN’을 택한 이학재 의원 앞날에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당초 이 의원은 한국당 복당이 보수대통합을 위한 선택이라며 구원투수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각이 팽배하다.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에서 받은 정보위원장직을 반납하지 않은 채 당적을 바꾼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여기에 보수대분열에 책임 있는 이 의원이 보수대통합을 내건 것을 두고 어불성설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바른미래당 뿐만 아니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모든 정당이 이 의원에게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을 지키라고 쓴 소리를 내뱉고 있다. 지금이라도 이 의원이 손에 쥔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고 탄핵 정국에 대해 사과해야만 비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학재 의원이 바른미래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입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이 절실하다그 길을 열기 위해 한국당 복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바른미래당에 몸 담았던 이 의원이 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의원은 현 정부는 대한민국의 민생, 경제, 안보를 모두 어렵게 하고 있다보수야권은 분열돼 이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더 힘 있고 믿음직스러운 보수, 더 새로운 보수의 이름으로 현 정권의 폭주를 막고 민생경제와 국가안보를 되살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떠나면서도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는 내려놓지 않아 도마에 올랐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민주당 8, 한국당 7, 바른미래당 7, 평화와정의(민주평화당, 정의당) 1개 상임위를 각각 배정키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정보위원회와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로 했고,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을 맡았다. ‘개인이 아닌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으로서 위임받은 자리였다.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끝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바른미래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을 한 자리만 보유하게 되고, 한국당은 8자리를 확보한다. 정당별로 상임위 자리를 배정한 여야의 합의가 깨지는 셈이다.

'정보위원장직 먹튀' 논란에
與까지 "품격 지켜라" 비판


때문에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에게 정보위원장직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당직자들은 이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직후 위원장 자리 놓고 가라” “정보위원장 들고 먹튀 하는 건가” “배신자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등을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또한 개혁과 미래를 뒤로 하고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지만, 이 의원께서 가지고 계신 정보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게 도리라며 (정보위원장) 자리는 원구성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교섭단체로서 확보했고 당이 이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서 행사하는 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손학규 대표도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 그러나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여당 내에서도 이 의원에게 쓴 소리를 내뱉었다. 홍 원내대표는 정보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 다시 맡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라며 한국당도 여야 합의 정신을 파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분명한 입장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도의를 지켜야 한다정보위원장 자리를 복당 선물로 챙겨가겠다는 것은 의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과' 없는 복당 후폭풍
정작 당사자는 '모르쇠'?

게다가 이 의원의 한국당 복당은 명분이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 이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 탈당-바른정당 창당-바른미래당 합당을 거듭해 보수대분열을 초래, 정치권에서 이른바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상황이다. 그런 그가 보수대통합이라는 명분만으로 한국당에 다시 발을 들이미는 것은 후안무치의 전형 아니냐는 지적이다.

친박계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 사이에서 탄핵 정국에 대한 책임 표명과 사과 없이는 복당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는 조짐이다. 이미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가 탄핵 정국에 대한 자기반성이나 사과 없이 복당하며 계파 갈등을 초래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2 복당파형성으로 또 다른 분열만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크다.

당장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은 오늘 이학재 의원의 복당을 바라보면서 서글픔과 정치적 회한이 밀려오는 것은 왜일까라며 복당과정에서 밝힌 대로 과연 보수통합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살 길을 찾기 위해서일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한때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측근 중의 측근이었는데 매몰차게 당을 떠날 때의 모습과 발언이 오버랩되면서 머리를 짓누른다온갖 수모 속에 당에 남아있던 사람은 잘리고 침 뱉고 집나간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도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부정적 분위기에도 이 의원은 해당 직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최근 당적 변경과 관련한 여러 경우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당직변경으로 인해 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든지 사퇴했다든지 한 사례가 전혀 없다국회 관례를 떠난 요구이기 때문에 관례대로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또 탄핵 정국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 의원이 탄핵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인지, 반성문을 쓰고 돌아가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어불성설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한 것이 이 같은 관측의 방증이다.

이 의원은 지난 18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일각의 지적에 대해 당시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사람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보수 궤멸이라고 하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가서 보수 재건수 개혁을 위해 노력해 보자이런 측면에서 나왔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탈당 및 탄핵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것은 좀 어불성설이다. 이미 탄핵은 끝났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 의원의 탈당 및 복당으로 인해 바른미래당 의석수는 기존 30석에서 29석으로 줄고, 한국당 의석수는 112석에서 113석으로 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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