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잇따른 폭로로 인해 청와대가 검찰 고발이라는 강수를 뒀다. 김 검찰 수사관이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누설했다는 혐의다. 최근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비위 첩보외에 전 민주당 중진의원인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 납품비리 첩보를 추가로 폭로했다. 이에 청와대가 정면대응에 나선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오락가락 해명에 역대 정권에서 발생한 집권 3년차에 들어서 권력형 게이트가 터져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집권 3년차 증후군’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 전직 靑 특감반원發 여권인사들 잇따른 비위 첩보 ‘폭로’
- 靑 임종석 실장 명의 검찰 ‘고발’vs야당, ‘특검 도입’ 맞짱

청와대는 12월 19일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다 당시 감찰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청와대는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 파견 직원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며 “고발장은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고발장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비위혐위로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인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는 전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무부에 김 수사관에 대한 추가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김 수사관은 지난달 초 경찰청을 방문해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알아봤다가 청와대 감찰을 받았고, 검찰에 복귀 조치됐다.

김 수사관 잇따른 폭로, 靑 해명 ‘오락가락’

이로써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전날 김 수사관이 주로 다녔던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김 수사관에 대한 감찰은 강제수사 단계로 넘어갔고, 이날 임 비서실장 명의로 고발장이 제출되면서 검찰의 김 수사관에 대한 수사도 곧 본격화 될 전망이다.

다만 김 수사관의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해명이 다소 어설프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말이 바뀐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최초 ‘상부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김 수사관은 ‘가상화폐 정보 수집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청와대는 ‘대책 마련을 위한 협업’이었다고 밝혔다.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우윤근 대사’ 첩보를 보고 받은 적이 없다던 청와대 설명도, 이후 우 대사가 “임 실장이 자신에게 의혹에 대해 물었다”고 말하며 사실관계가 뒤집혔다.

김 수사관은 이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뇌물수수 의혹부터 이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여권 인사들의 특혜 논란 보고가 자신이 청와대에서 '불명예스러운 퇴진'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산하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특정 카페 매장의 커피 추출 기계, 원두 등에 대한 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 수사관에 따르면 그가 지난 10월 중순 청와대에 이같은 의혹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제출했으나 청와대가 보고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같은 날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11월 초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때쯤 개인 비위로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은 이외에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민간은행장 동향 등을 청와대에 보고했고 민영화된 공항철도의 감찰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폭로를 하면서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불을 붙인 상태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더불어 전직 동료 의원들의 잇따른 비위 첩보가 폭로되면 야당은 국정조사 및 특검 등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청와대 특별감찰반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묵살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의혹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통신사와 전화통화에서 “문재인정부의 실세와 관련된 의혹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특감반이) 마구잡이로 민간인 사찰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민간인 사찰의 윗선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날 청와대가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했던 나 원내대표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검찰에 특감반 의혹에 대해 고발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고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김태우 수사관의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 "검찰이 수사 전환을 했다고 하니 지켜보겠으나, 수사가 부진할 경우 특검 도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김 수사관의 폭로 내용과 청와대의 갈지(之)자 행보 해명은 점입가경"이라며 "특히 김 수사관이 청와대에 어떤 내용을 보고했고, 청와대가 어떤 내용을 묵살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내부에 대한 견제 장치가 전무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해야 한다"며 특별감찰관의 조속한 임명을 촉구했다.

MB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박근혜, 정윤회 문건파동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 해이 사태에 이어 김 수사관의 잇따른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이 서서히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여권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역대 정권은 어김없이 집권 3년차 때 권력형 게이트와 인사·정책 실패 등 각종 잡음이 시작되며 국정 운영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때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터진 민간인 불법사찰로 몸살을 앓았다. 만사형통 논란과 ‘영포라인’ 역시 집권 3년차 때 불거진 논란의 일단이다. 정윤회 문건파동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때 불거진 문제다. 이는 이후 박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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