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뿔났다! “전면 재검토”…환경단체 힘 세진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꾸준히 준비해오던 인천시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6·2 지방선거에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송 당선자는 골프장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롯데 측은 표면적으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신사업 추진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해법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내부적으로 신 회장이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향후 후계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롯데의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롯데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인천시 계양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 또 다시 암초에 걸렸다.

그동안 환경단체의 반대 시위로 인해 사업이 진전되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공공기관 수장이라는 암초에 걸릴 상황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반대 입장을 밝힌 송영길 후보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됐다. 민주당 송 후보는 53%의 득표율을 기록해 현 시장인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를 9만여 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그는 “계양산을 가족친화적인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고 반딧불이, 도룡뇽 등 법적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어 골프장 계획을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계양산 골프장 계획 대신 산림가족휴양공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히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롯데가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계양구 목상동 부지(247만㎡)는 35년 전인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구입해 둔 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건설계획이 철회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또한 지난해에는 롯데건설이 계양산 부지 산지전용을 위해 인천시에 제출한 입목축적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인천시민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이 지난해 9월 집계한 입목축적조사서가 허위로 조작됐다”고 밝혔다. 시민위원회가 지난 6일과 7일 자체 실시한 임목축적조사 결과 임목축적율이 롯데건설 조사서와 크게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나무숫자를 터무니없이 줄이거나 굵은 나무를 제외시켜 임목축적율이 1.6~5.5배까지 차이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시민위원회는 “계양산은 나무가 많아 골프장 건설이 불가능한 지역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도 안성 미산골프장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임목축적조사서 허위 조작사실이 드러나 사업 승인이 취소된바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그래도 롯데 측으로써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선 2007년에도 롯데건설은 환경성검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은바 있어 더욱 불편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송 당선자가 힘을 실어주고 있어 골프장 건설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민 대다수가 반대함에도 대기업이 개발이익을 위해 골프장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각종 의혹들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는 골프장 건설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도 신동빈 부회장이 그동안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신 부회장 개인은 물론 사측도 불편해 하고 있다. 제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던 계양산 골프장 사업이 이번 선거로 더욱 꼬일 전망이다. 때문에 롯데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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