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위아래로 나란히 빈소…마지막까지 함께

병원, 금지선 넓게 치고 경호인력 동원해 차단

"조용히 보내고 싶다"…안내 화면 조차 안 띄워

"실명 거론하거나 아이들 사진 올리지 말아달라"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지난 19일 강릉 펜션 참사로 숨진 피해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참담한 침묵 속에서 긴장감만 감돌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해방감에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친구들은 나란히, 또는 위아래 층으로 붙어 있는 빈소를 쓰며 마지막 떠나는 길까지 함께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오후 이번 사고로 숨진 학생 3명의 시신이 서울로 출발했다.

강릉아산병원에 안치됐던 학생을 실은 헬기가 오후 4시20분께, 강릉고려병원에 안치된 학생 2명의 시신을 실은 헬기가 32분 뒤인 4시52분께 하늘길에 올랐다.

이들은 오후 6시 전후로 장례식장이 있는 서울의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장에서도 오후 6시께부터 빈소에 오는 조문객 맞이를 위한 음식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유족들이 각 호실로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학생들이 다니는 대성고등학교가 위치한 은평구에서는 근조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빈소에는 교감을 포함해 학교 관계자들도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병원 측은 갑작스러운 참변 소식에 충격을 받은 유가족을 우려,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하게 경계 태세를 갖춘 상태다. 호실 근처에 관계자가 아닌 사람의 출입을 막는 금지선을 넓게 치고 경호 인력까지 동원했다. 유가족 뜻에 따라 시신이 안치된 고인과 해당 호실 등을 안내하는 화면조차 띄우지 않았다.

취재진의 접근도 허용되지 않아 현장을 찾은 사진 기자들은 모두 철수하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사진 촬영 등의 취재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이날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지만 우리는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애들을 보내고 싶다"며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거나 실명을 거론하거나 아이들 사진을 올리는 과도한 관심을 갖는 것을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 피해 학생들은 고등학교 1·2학년 후배들의 기말고사 기간에 현장체험학습을 신청, 지난 17일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김모(19)군 등 3명이 숨졌고 7명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된 학생들은 상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학생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독됐다"며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사량을 훌쩍 넘었다"고 밝혔다.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치사량이 40%이지만 숨진 학생들은 국과수 검시 결과 각각 48%, 56%, 63%로 판독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전날 학생들이 발견된 후 현장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정상(20ppm) 수치의 8배에 가까운 155ppm으로 측정됐다.

경찰은 시신 부검은 하지 않기로 했다. 김진복 강원 강릉경찰서장은 이날 "유족의 요청으로 시신은 유족에게 직접 인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례비는 서울시교육청이 전액 지원한다.

사고가 난 강릉시의 종합운동장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된다. 서울에서도 학교 및 은평구청 등의 논의를 거쳐 합동분향소 설치 관련 내용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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