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2018년 연말 정국을 달구는 정치권 이슈중 하나가 선거구제 개편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단식농성을 벌였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천막당사까지 설치하면서 얻어낸 수확물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 방점이 찍힌 제도다. 3당은 이를 통해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양당 패권주의와 지역 구도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밥그릇 늘리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받는다.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알아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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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연동형 독일식 모델’,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별개’
- 소수 정당 원내 진입 가능… 유권자 ‘1인 2표제’ 변화 ‘無’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총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몇명이 당선됐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주장이 있다.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어 ‘독일식 비례대표제’ 또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라고 한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를 보면 지역구(253석)는 따로 선거를 하고, 비례대표(47석)는 선거 결과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각당에 배분한다.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 의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정당의 전국 지지율보다 어느 지역에서 승리하느냐가 전체 판세에 영향을 준다.

반면 독일식 정당명부제, 즉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비례제는 정당별 총 의석수가 정당 지지율에 의해 정해진다. 투표방식은 현재의 정당명부제와 같지만 선거 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을 할당하는 점이 다르다. 할당받은 의석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모자라는 정당은 나머지 의석을 비례 대표 후보자로 채울 수 있다.

연동제 도입 여·야1당 62석 줄고 소수정당 ‘몫으로’

지역구 의원 당선자를 많이 내지 못한 소수 정당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올해 초 발표한 현안분석 보고서 ‘선거제도 개편방향: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결합 시뮬레이션 분석’을 보면 소수 정당이 왜 연동형 비례제를 선호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각 정당이 득표한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합시켰다. 당시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5.5%,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33.5%, 국민의 당 26.7%, 정의당 7.2%를 득표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 투표 지지율이 3% 이상 또는 지역구 5석 이상 정당 대상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정당투표 3% 이상을 득표한 4개을 각각 정당만을 대상으로 득표율을 재조정한 다음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한 결과, 새누리당 17석, 민주당 13석, 국민의당 13석, 정의당이 4석 차지했다. 반면 253석이 배당된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110석, 새누리당 105석, 국민의당 25석, 정의당 2석을 얻었다.

0대 총선 결과 총 의석수는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다. 그런데 연동형비례제가 채택되면 정당 득표율로 우선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각각 79석과 104석을,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83석과 23석을 얻게 된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실제 얻은 의석보다 각각 44석과 18석을 잃게 된다.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5석과 17석을 더 얻는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비례성이 대폭 강화돼 거대 정당에게 불리하고, 소수 정당에게 유리한 제도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의석수 확대 범위다.

독일의 경우 연동형비례제하에서 치러진 2017년 9월 총선에서 전대에 비해 111석이 늘어나 709석이 됐다. 결국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지역구 의석수는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를 반영해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으로 늘리는 C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적 반감이 크다는 점이 장애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 지점이다. 또한 유권자 입장에서는 의원 정수 확대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실제 피부로 느끼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연동형 제도가 채택되나 안 되나 유권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 날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에게 한 표,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정당투표에 한 표를 행사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의석을 계산하는 방식은 달라지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두 표를 행사하는 것이 똑같다. 야3당이 대국민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응집력’ 강한  종교·이익·이념 정당 ‘속출’

아울러 한국정당 구조상 비례대표 의원 정수의 확대가 공천 비리를 더 확대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 공천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진행했다. ‘밀실 공천’으로 공천헌금이 오갔다 해도 국민이 알 수 없었다.

결국 공천(公薦)이 사천(私薦)이 되지 않도록 견제 장치 없이 비례대표 의석을 두 배 이상 늘리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야 원내 1당이 연동형비례제의 도입에 부정적인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3% 정당득표율만 얻어도 최대 9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의 응집력이 강한 종교 단체나 이익집단, 이념 정당들은 원내 진입이 더 수월해진다. 이럴 경우 당연히 기존 원내 정당의 기득권이 잠식될 공산이 높다. 다시 말하면 연동형비례제를 주장하는 정의당은 의석수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6월 지방 선거에서 나타난 녹색당의 돌풍이 대표적이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슬로건을 내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1.67%의 지지율을 얻으며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 후보에 이은 4위를 차지했다. 진보정당을 자처한 정의당 후보를 따돌린 셈이다.

반면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영남 대 호남’의 지역대결 구도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존재한다. 2002년 대선 이후 이념·세대 이슈가 부상했지만 아직도 지역주의는 사회갈등의 중대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연동형비례제가 도입돼 다당제가 형성되면 과도한 지역·이념 경쟁구도가 대폭 완화되고 권력과 책임이 여러 정당으로 분산돼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새로운 합의형 정치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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