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가졌던 별칭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조폭을 때려잡은 ‘모래시계 검사’로 화려하게 등극했지만 검사 특유의 독설과 몰아치기로 인해 ‘독불장군’이라는 별명부터 ‘홍키호테’(홍준표+동키호테), ‘저격수’로 불렸다.

최근에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홍카콜라TV’를 개국해 유튜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단 정치인으로서 홍 전 대표의 유튜버 데뷔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에서 ‘막장드라마’, ‘사회악’, ‘망상주의자’라고 집중포격을 받았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방송 하루 만에 ‘4만 고정독자-60만 클릭’을 달성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한국당은 홍 전 대표 관련 언급을 자제했지만 ‘당권 출마 시 제명설’을 한 매체가 보도하면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내, 홍 전 대표의 ‘노이즈마케팅’에 일조하게됐다. 홍 전 대표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정치인은 본인 부고 외에 어떤 말이라도 언론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통해 여야 정치권이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유튜브가 대세이고 확실한 프레임인 만큼 자신도 ‘홍카콜라’처럼 유튜브를 통해 ‘박지원TV’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 입장에서도 홍 전 대표의 유튜버 변신에 대해 호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홍 전 대표의 의도다. 원내대표, 경남도지사, 당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그다.

지난 대선에서 한국당 대선후보까지 한 인사가 존재감 과시를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한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 오히려 차기를 도모하기 위한 ‘유튜버’ 변신이 더 적합한 분석이다. 홍 전 대표의 방송 내용을 보면 결국 DJ·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에 대해 일관되게 공격하고 있다.

또한 보수·우파와 진보.좌파를 확실하게 구분하면서 본인을 보수·우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합리적 보수층에서도 홍 전 대표의 ‘막말정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내용은 ‘시원하다’, ‘옳다’는 평가를 내리는 인사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홍 전 대표의 유튜버 변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내년 초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과 4월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고 있다. 기회가 온다면 홍 전 대표가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홍 전 대표의 평소 정치적 성향으로 보아 ‘지는 게임’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유튜버로서 활동을 통해 ‘5%내외 콘크리트 지지층’을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적일 공산이 높다. 홍 대표는 ‘고정 독자수 100만명-조회수 1000만’을 목표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다. 정치인 중에서 100만 명에 육박하는 독자수를 가진 인물은 흔치 않다.

현재 보수 유튜브 상위 5개 채널들은 전체 구독자를 합쳐야 100만 명이 넘어선다. ‘신의 한 수’는 12월 17일 현재 구독자 수 41만8천여 명, 정규재 TV 32만5천여 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29만6천여 명이다. 조갑제TV·고성국TV는 각17만9천여 명·17만여 명이 구독 중이다.

홍 전 대표는 이처럼 흩어져 있는 보수·우파 유튜버와 구독자들의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그는 ‘홍카콜라’와 함께 ‘프리덤코리아’라는 싱크탱크도 등록했다. 두 가지를 만들면서 내세운 게 ‘한국 보수.우파의 재집권’이다. 홍 전 대표의 도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첫 도전은 내년 전당대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변신하는 정치인이 멈춰 있는 정치인보다 정치 생명이 질기다는 게 정설이다. 홍 전 대표의 변신이 성공할지 그 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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