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9년간 장기미제로 남아 있던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49)씨가 결국 구속됐다.

21일 제주지방법원 임대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8시께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라며 “(지난 5월) 영장 기각 이후 범죄 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에는 피해자와 피의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의류의 섬유 조각이 차량과 상대방의 신체, 의류 등에서 다수 발견된 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이날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피해자의 신체와 가방, 치마 등에서 피의자의 섬유 조직이 다수 발견됐다. 또 어깨 같은 사체 발견 당시 노출이 되지 않은 신체 부분에서도 피의자 의류의 섬유가 발견됐다”라며 “섬유 조직이 군집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경우는 접촉하지 않고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양 계장은 이어 “피의자의 차량에서도 피해자와 관련된 섬유가 트렁크, 운전석, 뒷좌석 등 여러 군데에서 다수 발견됐다”라며 “이 같은 섬유 증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법원에서도 상호 교차(접촉)된 증거로서의 신뢰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물론 섬유 증거만으로 유죄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정황증거에 그치긴 하지만 폐쇄회로(CC)TV 자료, 진술 증거 등 여러 정황증거가 포함돼서 유죄 증거로써 증거 능력을 가진다고 법원이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프로파일러 소견과 관련해선 “피의자 박씨의 진술 태도, 내용 등에 있어서 범죄 혐의점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라며 “(프로파일러) 모두 이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법원은 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결국 박씨는 체포된 지 3일 만에 풀려났다.

이후 경찰은 프로파일러 및 변호사 출신 법률 전문 수사관 인력을 보강하고 범행 현장 및 피해품의 유류 장소 인근 폐쇄회로(CC)TV을 정밀 재분석했다.

또 피의자와 피해자가 입었던 의류, 피의자 차량 및 피해자 신체 전사판 등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밀 재감정을 거쳤다.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1일 제주시 내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27세·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이씨는 지난 2009년 2월1일 실종됐다가 8일 만에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및 목격자 탐문 등을 통해 박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정적으로 이씨 시신이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인 2월7일에 숨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같은 날 박씨에게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이 확인되자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수사는 3년4개월 만에 종결됐다.

한편 박씨는 일관되게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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