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10년 전에 친구 B씨에게 5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A씨는 B씨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 그 동안 ‘언젠가 갚겠지’ 하고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B씨가 10년이 지나도 갚지 않기에 A씨는 B씨에게 “친구야 급해서 그러는데 예전에 빌려준 5천만 원을 갚아 줘”라고 핸드폰 문자를 보냈더니, B씨가 “알았다 한 달 이내 갚을게”라고 답이 왔다. 그런데 그 후 B씨는 소멸시효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못 갚겠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 A씨는 B씨에게 5천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

일단 시효가 완성되면 그 뒤 채권자가 청구를 해도 채무자는 소멸시효의 항변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채권의 소멸시효가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 채무자가 돈을 갚겠다고 채무를 승인하거나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이라서 채권은 다시 살아난다. 설사 채무자가 시효가 완성된 것을 모르고 채무를 승인하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소멸시효의 이익은 완성 전에는 미리 포기하지 못하고 완성 후에만 포기할 수 있다(민법 184조 1항)}. 예컨대 소멸시효가 완성된 후에 채무 일부를 변제하거나, 채무를 승인하거나, 기한유예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시효이익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것을 포기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새로이 진행된다.

소멸시효의 완성 후 채무의 일부 변제로 인한 시효이익 포기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통상적으로 동일 당사자 간에 계속적인 거래로 인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수개의 채권관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특정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하고 그 일부의 변제를 한 때에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잔존채무에 대하여도 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시효중단이나 포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채무가 별개로 성립되어 독립성을 갖고 있는 경우, 예컨대 채무자가 가압류 목적물에 대한 가압류를 해제 받을 목적으로 피보전채권을 변제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전채권으로 적시되지 아니한 별개의 채무에 대하여서까지 소멸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14936 판결).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의 채권은 민사채권이므로 시효가 10년이고 이미 10년이 경과하여 시효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채무자 B씨가 핸드폰문자로 채무를 승인하면서 갚겠다고 약속하였기 때문에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된다. 따라서 A씨가 청구하면 승소한다. 이러한 시효이익의 포기는 재판상 증거관계가 중요한데 채무자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증거가 된다. 하지만 만약 B씨가 구두로만 채무를 승인했는데 A씨가 이를 미처 녹음하지 못했다면 나중에 재판에서 B씨가 채무 승인사실을 부인할 경우 A씨가 증거부족으로 패소할 수도 있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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