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결함 vs 결함 아니다...누구 말이 맞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부와 BMW그룹이 520d차량 화재 원인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24일 BMW 차량화재 조사위는“엔진 부품 설계 자체가 잘못돼 화재사고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리고 BMW측의 잘못을 주장했다.

이날 오후 BMW측은 "설계 결함 아니다. 늑장리콜도 없었다"며 정부측의 조사결과를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결국 이번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목이 쏠린다. 이러는 사이 모든 피해는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서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BMW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운행정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서울 영등포 BMW 서비스센터에서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시스>

 차량화재 조사위 "엔진 부품 설계 자체가 잘못돼 화재발생"
 BMW "설계 결함 아니다…늑장리콜도 없어" 조사결과 반박

BMW는 24일 엔진 부품 설계 자체가 잘못돼 차량 화재가 발생했다는 민관합동조사단의 발표와 관련해 "설계 결함은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늑장 리콜' 의혹에 대해서도 "화재 원인을 확인한 시점에 바로 리콜을 개시했다"고 부인했다.

BMW 코리아는 이날 차량 화재를 유발한 냉각수 누수의 근본적 원인으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설계 결함을 지목한 조사단 발표에 대해 "냉각수 누수는 쿨러의 크랙(균열)으로 인한 것이지 설계 결함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GR 쿨러의 작동 조건은 차량이 운영되는 모든 상황에 충분히 부합되도록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4개월 조사끝 BMW 결함은폐 적발  

이날 오전 정부와 민간합동조사단은 BMW화재 원인과 함께 제작사 측의 조직적인 결함 은폐·리콜 축소 정황을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BMW차량화재 관련 민간합동조사단은 BMW 화재사고 원인으로 제작사의 주장과 달리 냉각수의 끓는 현상(보일링)을 지목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EGR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확인했다"며 "이는 쿨러의 열용량 부족 등 EGR 설계 결함에 기인한 것이며 당초 사측이 주장한 원인과는 상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BMW사측의 결함 은폐와 리콜 축소 의혹에 대한 조사단의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조사내용에 따르면 BMW사측은 일부 BMW 디젤차량의 경우 1차 리콜(520d 등 42개 차종 10만6317대)차량과 같은 엔진과 EGR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리콜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지난 4월 환경부 리콜이 국토부 리콜과 방법상 완전히 동일해 리콜 필요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뒤에야 리콜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불거지자 시행한 최초 1차 리콜도 시정대상까지 축소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BMW는 지난해 7월에 EGR결함과 화재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2015년 10월 BMW 독일본사에서 EGR쿨러 균열문제 해결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드러났다. 리콜 실시 전 올해 상반기에 제출의무가 있었던 EGR결함-흡기다기관 천공관련 기술분석자료를 최대 153일 지연해 리콜 이후인 9월에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BMW 차량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BMW에 대해 형사고발을 하고 과징금 112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

한편, BMW 차량 화재 피해자들과 ‘BMW 피해자 모임’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향후 소송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로 결함 은폐가 밝혀진 만큼 위자료 액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결함 은폐에 따른 정신적 피해, 흡기다기관을 교체하지 못하고 계속 차량을 몰고 다닌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할 때 불이 나지 않은 차량이라도 500만 원은 적다”고 주장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리콜제도 개선과 더불어 이번 조사결과가 안일한 자동차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제2의 BMW화재사고를 막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제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