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박용진 3법(이하, 유치원3법) 후폭풍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의 요구로 ‘6인 협의체’를 개최했지만 이견을 좁히질 못하고 있다. 시한이 남았지만 사실상 여당은 ‘패스트트랙’ 처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330일이나 걸리는 패스트 트랙전략을 여당이 추진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치적 저의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패스트 트랙’ 카드속에 숨겨진 여야간 정치적 셈법을 알아보자.

유치원 3법 여야 6인협의체, 뉴시스
유치원 3법 여야 6인협의체, 뉴시스

與 ‘패스트 트랙’ 전략에 野 “협상 안하겠다”는 거냐
‘여론전’ 우위로 21대 총선 연계전략,.‘셈법 복잡한’ 한국당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12월 24일 원내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위원 등이 참여하는 ‘6인 협의체’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27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에 유치원 3법을 상정하기 위해 협상했지만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중재안을 토대로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검토하기로 했다.
교육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이 발의한 중재안은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단일회계 운영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 △교비회계 부정 사용의 형사처벌 도입·시행시기 유예(공포 후 1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비 단일회계 처리는 민주당,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 현행 유지는 한국당 주장을 각각 수용한 것이다.
'유치원 3법'은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유용때엔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게 바꾸는 내용과 회계프로그램 의무사용, 폐쇄명령 후 10년간 재개원 불가 등이 포함된 유아교육법 개정안, 유치원만 운영하는 설립자가 원장을 겸직하지 못하게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유치원도 학교급식법에 따라 관리하게 만든 학교급식법 개정안이다.

민주당.한국당 ‘이견’속 임재훈 의원 ‘중재안’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척점의 핵심은 ‘사립유치원 회계 일원화’와 ‘교비 교육목적 외 사용 시 처벌 조항’이다. 한국당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국가의 지원금을 관리하는 ‘국가지원 회계’와 학부모들이 내는 교비를 관리하는 ‘일반 회계’로 분리해야(분리회계)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립유치원쪽이 교비를 교육목적 외에 사용할 경우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것에도 한국당은 반대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에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낸 중재안은 ‘1년 이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낮춰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치원 3법 논의가 이견을 좁히질 못할 경우 관련 법안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교섭단체 간 이견으로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 통과가 어려울 때 상임위 5분의 3 이상 의원이 찬성하면 330일 뒤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정하고 있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 처리에 끝까지 반대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반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당의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패스트트랙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특단의 조처’가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패스트트랙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카드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유치원 3법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여론이 한몫하고 있다.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63.2%도 박용진 3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며 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교육위 소속인 박 의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지난 22일과 23일 양일간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4.5%)

박 의원은 “박용진 3법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 80.9%가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이념성향이 보수라는 분의 72.5%, 한국당 지지자 중에서도 63.2%가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국민들께서는 이러한 국회 처리 지연 상황에 대해 한국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응답했다”며 “한국유치원총엽합회(한유총)보다 큰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3법’ 법안 처리 지연 책임에 대해 26.4%가 한국당의 책임이, 21.3%는 한유총의 책임이 크다고 답했다.
패트스 트랙이 성사될 경우 유치원 3법의 본회의 상정 시기는 내후년인 2020년 연초가 된다. 그해 4월에는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민주당에서는 총선에서 유치원 3법의 논란은 여당에게 호재로 한국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당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평당 ‘패스트트랙’ 찬성에 발끈하는 배경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국당 곽상도·김한표·김현아 의원은 12월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패스트트랙은 1년가량 소요되고 여야 합의보다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유치원법 처리에 1년가량의 유예기간을 둔 속마음이 참으로 의심스럽다”고 비판한 배경이다.

‘패스트 트랙’과 21대 총선의 ‘함수관계’

그러나 한국당 일각에서는 여당의 패스트 트랙전략 카드가 총선에서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현재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대규모 총궐기 대회를 벌이고 두 달간 SNS 광고를 게재하는 등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한유총은 지난달 29일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앞서 이덕선 한유총 비대위원장은 "이번 궐기대회에서 박용진 3법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집결 사유를 밝혔다.

또한 국민적 여론은 좋지 않지만 실제 선거에서 일반 국민들보다 조직적으로 막강한 한유총 회원들과 학부모들이 한국당을 적극 지지할 경우 오히려 태극기 세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 압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여야의 ‘유치원 3법’ 논쟁이 총선에서 유불리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생명을 건 정치게임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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