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경찰 똑바로 해라. 싹 다 불 태우겠다."

지난달 28일 오전 16분경 광주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A(41)씨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지령에 따라 순찰차를 몰고 광주 서구에 위치한 한 상가 주변에 도착한 경찰은 A씨와 불이 난 흔적을 찾지 못한 채 지구대로 돌아왔다.

몇 분 뒤 A씨는 다시 112로 전화해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 이내 "왜 나를 체포했느냐. 진짜 불을 지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상황실 근무 경찰관이 A씨를 말렸지만, A씨는 다른 휴대전화로 또 전화를 걸어 분풀이성 욕설을 했다.

이후에도 A씨는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있다' '지구대에도 불을 내겠다' '불이 나기 시작했다'23분 간격으로 허위 신고했다.

A씨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경찰에 품은 앙심 때문이었다.

A씨는 범행 하루 전인 1127일 오후 10시경 2시간 동안 한 술집에서 행패를 부렸다. 종업원이 '단골 손님인 자신을 못알아본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만취 상태서 소란을 피우던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간단한 조사를 받고 지구대를 나선 A씨는 협박성 허위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A씨의 거짓 신고는 다음 날 오전 956분까지 9시간 가까이 이어졌으며, 신고 건수는 총 117차례였다.

경찰은 오전 523분 출동을 끝으로 그의 신고에 대응하지 않았다.

A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은 11. 경찰관 12명과 순찰차 4, 기동대 승합차량 1대가 동원됐다.

같은 날 새벽시간대 관할지구대에 접수된 사건은 폭행 7·업무방해 4건 등 총 57건이었다.

다른 사건·민원 현장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이 A씨의 신고로 잇따라 헛걸음만 한 셈이다.

광주 서부경찰은 상황실 통화 기록을 분석,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A씨는 "현행범 체포에 불만을 품었다. 실제 낙엽을 모아 불을 붙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20154월에도 경찰·소방당국에 허위 신고를 1500여 차례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8개월 간 복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신고는 위급한 상황에 대응해야 할 경찰력이 분산돼 치안 공백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다"면서 "허위·장난 신고로 도움이 절실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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