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김경두 일가의 컬링계 사유화 정황
감사 결과 '의성군민' 후원금까지 착복한 혐의 드러나
김경두 사퇴 발표 후에도 '경북체육회' 사직서 접수나 징계 없이 '급여' 지급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 [뉴시스]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팀 킴'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지난 11월 8일 여자 컬링 국가대표 '팀킴'의 호소문 발표되자, 컬링계의 충격적인 실태에 수많은 국민들이 공분했다. '팀킴'은 장문의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김경두 전 컬링협회 부회장과 그의 딸 김민정 감독·사위 장반석 감독 등 김 씨 일가의 부당행위를 폭로했다. 김 씨 일가가 컬링대표팀을 사유화하려 했고 '팀킴'에 들어온 각종 상금, 후원금 등을 은밀하게 처리했으며, '팀킴' 구성원들에게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경상북도의 합동감사가 실시됐다. 지난 달 19일부터 이뤄진 합동감사는 이번 달 21일 마무리 됐다.

 

◇ 일부 드러난 김경두 전 부회장, 김민정·장반석 감독의 행태

12월 25일 경상북도, 의성군 등에 의하면 김 씨 일가가 수십 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금액만 자그마치 11억 원이다. 김 씨 일가가 컬링 팀에 들어온 각종 상금과 선수 격려금, 후원금 등을 부당하게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SBS는 지난 11월 21일 의성군민 후원금 총 3000만 원 중 2800만 원이 장 감독 계좌로, 200만 원이 김 감독 계좌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장 감독은 “입금된 후원금은 경북체육회에 보고했고 남녀 팀 모두에게 지급된 돈이라 세금 문제와 배분 비율을 따지느라 지급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명했다. 김 감독 계좌로 입금된 200만 원에 대해서는 “모든 의혹을 감사에서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 되짚어봐야 하는 장반석 감독의 '반박 기자회견'

최초 ‘팀킴’의 폭로가 있었던 날은 지난 11월 8일이다. 파문이 확대되자 김경두 전 부회장의 사위 장반석 감독은 11월 9일 곧바로 '팀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감독은 "상금은 대회 참가와 장비 구입, 외국인 코치 보수 등으로만 사용했고 선수들에게 사용 내역을 확인해주고 서명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감독은 공동명의통장, 정산 후 서명부, 선수들과 카카오톡 대화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장문의 '사실 확인서'까지 공개했다.

이러한 장 감독의 주장에 대해 ‘팀킴’은 재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김선영은 “장 감독은 선수들 동의로 통장을 개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5년에 상금통장을 개설한다는 통보만 받았을 뿐, 우리에게 동의를 요구한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장 감독이 제시한 상금 지출내역서는 올해 7월에 만들어진 것으로, 2015년부터 2018년 올림픽 종료까지의 상금 입출금에 관한 정보는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보여준 상금 지출내역서도 “전체적인 상금 사용 내용이 아닌, 장비구입 내용과 약간의 교통비, 식비였다”며 “이와 관련해 감사에서 통장 사본, 영수증, 전액의 현황과 세부사용 내용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의성군민 후원금까지 장 감독 부부가 착복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장 감독의 반박 기자회견은 뻔뻔함을 넘어 극도의 파렴치한 행위다”라며 분개했다.

 

◇ '김 씨 일가' 12월 급여 수령할 수 있었던 이유...경북체육회는 '동조' 관계?

‘팀킴’ 논란이 일자 경상북도 문화관광체육국은 지난 11월 9일 김민정 감독의 직무를 정지해 선수단과 분리 조치하고 ‘팀킴’을 '경북체육회'에서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따라서 ‘경북체육회’는 일파만파 커진 이번 사건에 대해 가장 신경 쓰고 주의를 집중해야 할 당사자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북체육회 직원들의 설명에 의하면, 현재까지 김 씨 일가에 대해 직무정지 등 공식적인 징계가 나간 일도 없고 사직서를 받은 일도 없었다고 한다. SBS의 보도에 의하면, 경북체육회가 김민정 감독에 대해 직무 정지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즉, ‘경북체육회’는 김 감독을 직무정지 처분도 하지 않았다.

이후 12월 4일 합동 감사가 시작되고 논란이 확산되자 김경두 전 부회장은 "저와 우리 가족은 이 시점부터 컬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컬링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회장을 비롯해 가족 ‘모두’가 ‘완전히’ 물러날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부회장의 사퇴 발표 이후 김민정 감독, 사위 장반석 감독, 아들 김민찬 선수 중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경북체육회'는 김 씨 일가에 대해 사직서 제출을 독촉하거나 의사를 타진했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감사가 끝난 12월 21일 이후엔 그들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다. 그렇다면 24일 급여일엔 최소 문제 제기나 일시 보류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합당하지 않을까. 관계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 같았다”며 원래대로 급여를 지급했다. 이는 업무 태만을 넘어 김 씨 일가의 행위에 대한 '방치' 내지 ‘동조’로까지 보인다.

더 이해하기 힘든 사실은 김 전 부회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한 이후, 사직서를 낸 사람은 부인 양영선 대구컬링협회 부회장과 동생 김경석 대한컬링 중고연맹 사무국장이다. 이들은 모두 무급 직이다. 즉, 김경두 전 회장이 사퇴 발표를 한 후 사직서를 제출한 가족은 무급 직일 뿐 유급직들은 모두 그대로 자리를 지킨 것이다. '경북체육회'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에 대해 이의 제기도 하지 않다가 24일에 일괄적으로 급여를 지급했다는 것은 이들의 ‘동조 관계’ 의혹을 키운다.

이에 네티즌들은 "경북체육회는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며 "경북체육회도 같이 조사해야 한다"고 분개하고 있다.

 

◇ 우리 체육계의 민낯...컬링계 요직 대부분 ‘김 씨 일가족과 지인들’

이번 사건은 우리 체육계의 민낯 일부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체육계에 만연해 있던 수많은 비리와 부당 행위가 여러 차례 지적되고 폭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뿐이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컬링협회의 경우도 ‘팀킴’의 용기 있는 폭로가 아니었다면 결코 공론화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사건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의성컬링훈련원장이다. 그리고 컬링 대표팀의 감독은 그의 딸인 김민정과 사위 장반석이, 아들 김민찬은 선수로 등록돼 있다. 부인 양영선 씨는 대구컬링협회 부회장으로, 동생 김경석은 대한컬링 중고연맹 사무국장이다. 이외에도 컬링지도자협회에 의하면 김 씨 일가는 유령 단체에 가까운 초등연맹, 여성컬링연맹, 중·고 컬링연맹 등을 만들어 지인들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회장 선거권을 확보하는 등 컬링계는 사실상 ‘김경두 왕국’이었다고 한다. 컬링지도자협회는 또 “한국컬링지도자들 대부분 한국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갖춘 의성컬링훈련원에서 훈련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사실상 김 씨 일가의 소유물이었다고 말했다.

 

◇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철저한 조사로 ‘일벌백계’ 이뤄져야

대한체육회·경북체육회 등 각종 체육회는 국비·시비·각종 후원금 등으로 운영된다. 사실상 공적 기관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각종 체육협회도 기부금·후원금·국비 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운영과 회계는 더욱더 투명해야 한다.

특히 한국 체육계의 경우 각종 학연·지연·혈연 등의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에서도 김 씨 일가 뿐만 아니라, 그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경북체육회'의 허술함과 봐주기 식의 행동들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적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철저한 전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체육계 비리는 결국 해당 종목의 경기력 저하로 나타난다. 김 씨 일가의 경우처럼 경기장을 사유화하고 특정 선수를 배제하고 상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노력하고 땀 흘린 선수에게 보상과 대가가 돌아가고, 체육 진흥과 경기력 향상 등을 돕는 체육협회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이번 컬링계의 부조리와 적폐를 계기로 각종 체육회 비리는 반드시 일벌백계해해서 체육협회 본연의 기능을 되찾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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