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2019년, 정치권은 수많은 변수와 정치 역정 속에 숨 가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만큼 각 당은 총성 없는 전쟁을 예고 중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에게 기해년(己亥年)은 생사를 오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 이탈에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한국당이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통해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각오에 차 있다. 그러나 갈 길 바쁜 한국당 앞엔 몇 가지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당장 2월 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선 당의 운명은 물론 보수대통합의 불씨도 꺼질 수 있다. 아울러 이군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된 가운데 기소된 나머지 12명 의원들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2019년이 한국당이 리더십을 복원하고 보수 재건과 국민 신뢰 회복에 성공하는 해가 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대여 강공 ‘전리품’에 文 지지층 이탈 ‘반사이익’까지... 한국당, 기해년 명운 걸렸다!
- 2월 전당대회·보수대통합·의원직 상실 위기 12명… ‘가시밭길’

 

자유한국당이 대여 강공을 펼치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얻어냈다. 본회의 직전까지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을 쥐고 대여 협상에 나선 결과다.

한국당이 대여 강경 투쟁을 통해 성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세습 국정조사’도 대여 강공의 결과물이다. 민주당은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반발했지만 한국당이 선봉에 서서, 470조의 예산 국회일정에 대한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의원직 상실 최대 13명...
당권주자 면면도 ‘글쎄’

한국당이 대여 강공으로 잇따라 ‘전리품’을 내놓자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지방선거 완패로 10%대에 머물던 지지율은 6개월 만에 20%대로 뛰어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고 반사이익을 최대화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당장 한국당 의원 가운데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 있는 의원들만 12명이다. 이미 보좌진 월급을 빼돌려 불법 정치자금으로 활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징역형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여기에 김재원·엄용수·원유철·이완영·이현재·최경환·홍문종·염동열·권성동·홍일표·황영철 의원 등이 2019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군현 의원을 포함해 최대 13명의 현역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의 2월 전당대회는 당의 명운, 나아가 보수대통합 성사 여부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사는 대략 10여 명 정도다. 정우택 의원, 김성태 의원, 주호영 의원, 심재철 의원, 김진태 의원,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정치행보에 나선 홍준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당권주자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한국당의 2019년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인사, 총선에 출마해 떨어진 인사, 한국당을 탈당했다가 돌아온 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당을 풍비박산나게 한 인사 등 이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 내부 원심력 가속화...
한국당 전대가 보수대통합 ‘분수령’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지도체제를 놓고도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은 “당의 명운을 가르는 총선을 앞두고는 아무래도 일사불란한 리더십이 불가피하다”며 단일지도체제를 주장하고 있다.

단일지도체제의 당대표는 ‘막강’ 권한을 갖는다. 현안을 결정할 때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합의가 아닌 협의만 하면 된다. 신속한 결정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견제할 세력이나 장치가 없어 일방통행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 홍 전 대표는 당내에서 ‘사당화’·‘불통’ 비판을 받았다.

반면 집단지도체제는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 즉 ‘민주성’에 방점을 둔 체제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과거 집단체제였던 김무성 대표 체제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현안마다 제동을 걸면서 당 운영이 표류했고, 계파 갈등이 극심했다.

두 체제는 경선 룰도 다르다. 집단지도체제에서는 후보 중 최다 득표자는 당대표가 되고 나머지 후보는 득표 순서대로 최고위원이 된다. 그러나 단일지도체제에서는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이 따로 치러진다. 당대표 경선에서 2위 이하 후보는 최고위원조차 되지 못한다.

한국당은 2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내년 전당대회 때 지도체제 형태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재차 논의했지만 당내 이견이 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는 늦어도 1월 중으로는 전당대회 룰을 바꿔야 하는데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

다만 한국당의 전당대회가 보수대통합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내에선 다양한 계파가 지도부에 참여할 수 있는 집단지도체제가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등 한국당 밖에 있는 보수 진영 차기 주자들을 한국당으로 끌어들이기에도 집단지도체제가 유리하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바른미래당은 내부 원심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한국당이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놓치면 2020년 총선도 보수가 분열된 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전당대회 직후 보수대통합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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