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이 있는 공무원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50대 초반으로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그분은 영혼을 울리는 음악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게 꿈이라는 필자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직도 꿈이 있다니 부럽군요.”라며 의아스럽다는 듯 말했다. 안정적인 공무원 사회에서는 꿈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제는 꿈을 포기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믿기 때문일까?

꿈을 이야기는 하는 것이 부질없는 것 같아 화제를 돌렸지만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찜찜했다. 그러던 중 최근 충청북도 옥천에 위치한 여자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치유 강연을 했는데 학생들에게 꿈이 있냐고 물으니 겨우 한두 명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학생들에게 왜 아직 꿈을 갖지 못했냐고 물으니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것은 꿈이 있다고 말하는 학생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쳤지만 꿈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의 표정에는 생기도 없고 시무룩하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꿈을 갖는 것은 정말 의미 없고 쓸모없는 일일까?

꿈을 생각할 때 우리의 가슴은 뛴다. 소망을 간절하게 염원할 때 심장은 두근거린다. 꿈과 소망은 가슴을 설레게 하고 심장을 살아 있게 한다. 그렇게 꿈과 소망은 가슴에 생명력의 불꽃을 터뜨리면서 잠자고 있던 영혼을 깨워 껍데기가 아닌 진정한 자신으로 살게 한다. 꿈과 소망을 바탕으로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열정이 자연스럽게 샘솟는 것은 물론 영감과 직관, 상상력, 혁신적 발상 등 창조적 에너지가 저절로 생긴다.

더불어 진부한 관행과 통념을 깨며 근본적인 변화를 가능케 하는 창의성도 피어오른다. 또한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자신의 모든 재능과 역량이 깨어나고 발휘되면서 그야말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할 때 가슴이 뛴다는 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한다는 것이고, 그 속에서 조직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킨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도 사회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가슴을 뛰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가슴이 뛰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력 없는 가슴을 부여잡고 열정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영혼 없는 태도에서 생기는 일들이다. 그것이 개인의 문제이든 조직의 문제이든 가슴이 뛰지 않고 의무감으로 일할 때 조직과 사회는 침체되기 시작한다.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에 흔들린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슴이 뛸 때 열정과 영감을 통해 재능이 더욱 깊어지는데 가슴에 생명력이 없으니 있던 재능도 쪼그라든다.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가슴 뛰는 삶을 응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꿈을 가지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이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기 있게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일깨워야 한다. 꿈이 없고 가슴이 뛰지 않는 인생은 메마른 낙엽과 같다. 이제 곧 2019년이 밝아온다. 경기침체 등으로 새해 전망은 우울하지만 ‘환희의 송가’로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 4악장을 들으며 다시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자. 가슴 뛰는 삶 속에서 행복과 기쁨이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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