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억대 기술 통째로 빼돌렸나

경동나비엔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대유위니아에서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한 연구원이 전 회사의 연구개발(R&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면서 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연구원은 거액을 들여 개발한 전 직장의 에어컨 핵심기술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통째로 담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술이 신제품 개발에 쓰인 정황까지 포착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동나비엔 측은 해당 직원이 유출했다는 기술이 신제품에 적용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어 향후 진실 공방이 예상된다. 

퇴사하며 연구개발 자료 무단 반출 의혹
경동나비엔 “신제품 개발에 적용 안 됐다”

‘오랜 역사와 앞선 기술력을 갖춘 선도기업’이라는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 중인 경동나비엔이 경쟁사의 핵심 기술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소속 연구원이 검찰에 구속 기소되면서 ‘기술 유출 기업’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위기에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조용한)는 최근 국내 보일러업체인 경동나비엔의 연구원 강모씨를 절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증거인멸 시도까지

그가 검찰에 구속 기소된 배경은 전 직장인 대유위니아에서 진정을 제기하면서부터다. 대유위니아는 ‘본사에서 재직하다가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한 연구원 강 씨가 핵심 기술을 유출한 의혹이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검찰은 지난 10월 경동나비엔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강 씨는 올해 6월 대유위니아를 퇴사하는 과정에서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3D도면 등 주요 핵심 기술 자료를 USB와 외장 하드 등을 통해 무단으로 반출한 뒤 이직한 경동나비엔으로 가져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씨보다 1년가량 먼저 경동나비엔으로 이직한 연구원 김 씨의 기술 유출 및 신제품 개발 활용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시작되자 강씨 등이 컴퓨터를 포맷해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한 것도 확인됐다. 검찰은 김모씨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포맷된 컴퓨터에 대한 정말 분석 등 지원을 받아 핵심 기술이 대유위니아에서 유출돼 경동나비엔의 신제품 개발 등에 쓰인 정황을 확인하고 연구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경동나비엔 측은 해당 직원이 유출했다는 기술이 신제품에 전혀 적용된 바가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경력 입사 시 이전 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매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당 직원이 유출했다는 내용은 전혀 제품에 적용된 바가 없으며, 관련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경동나비엔 연구원들이 10년간 일해 온 직장에서 이직하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개발비가 투입된 전 직장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가 알려지면서 산업기술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술 탈취 행위’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 목적에 위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해당 기술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이 되려면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 3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산업기술 보호 빨간불

비공지성이란 해당 정보가 외부로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비밀관리성은 해당 정보 보유자가 해당 정보를 상당한 노력을 통해 비밀로 관리한 상태를 의미한다. 모두에게 알려지고 누구에게나 접근이 된 채로 관리한 기술이라면 영업비밀이 아니라는 얘기다. 경제적 유용성은 정보 자체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함을 말한다.

또한 기술유출 소송은 크게 3가지를 두고 다툰다. 해당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실제 영업비밀·기술을 유출했는지, 어떤 목적에서 누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는지 등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 유출은 자칫 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강도 높은 규제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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