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단체장들 “기업 살아야 경제 회복 가능” 제언 이어져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재계 단체장들이 연일 정부에 ‘기업 기 좀 살려 달라’는 요청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완화, 기업에 부담이 되는 각종 비용의 최소화, 불합리한 노사관계 개선,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노동자 친화 정책과 고강도 규제 탓에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를 탈피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기해년(己亥年)에는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도전적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신규 투자,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규 일자리 창출·노동시장 유연화 필요성에 한목소리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 탈피해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최근 재계 단체장들이 기업 성장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경제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조세 부담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관계 당국의 각종 조사 등으로 인해 경영이 위축되고 투자 의욕은 저하돼 재투자와 고용 창출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우려해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7일 신년사를 통해 최저임금제도 개선과 노사 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 노동시장이 감당해 낼 수 있는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합리적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우리 경제 전반에 얽힌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올해는 공정거래법, 상법 등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 개정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경영 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손 회장은 최근 자유한국당과 만나 노동현안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경직된 노사관계와 고비용·저생산 노동구조,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 대외 경제요건 불확실성 등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친화적 정책 필요”

그는 “특히 경쟁국들에 비해 과도한 법인세 등 조세부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기업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각종 조사, 기업의 경영권 방어 부담 등으로 경영심리는 위축되고 투자 의욕은 크게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기업 친화적 정책 추진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보다 도전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업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11월 28일 성윤모 산업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결정구조 개편,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 등은 경총이 계속해서 강조해 온 부분이다.

손 회장의 최근 행보에는 각종 경제지표 악화, 제조업 위기 등이 겹친 엄중한 상황에서 노동계가 오히려 친노동 정책 가속을 요구하고 나선 것에 대한 우려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정부의 규제개혁을 촉구했다. 허 회장은 지난 27일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최소한 외국에 있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기업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게 부담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회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신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는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젊은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나, 우리의 주력 산업은 대부분 마흔 살을 넘은 것들”이라며 “누구나 원하는 분야에서 쉽게 도전하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기업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뭉친다면 세계가 부러워 하는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27일 신년사를 통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현안들에 대해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법·제도 같은 플랫폼(platform)’도 시대 흐름에 맞게 고쳐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제도와 시장생태계의 뒷받침이 있다. 우리도 규제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 기업으로 하여금 경제·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박 회장은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낡은 규제 시스템은 혁신 기회를 막고, 이는 신산업 출현을 방해해 일자리 기회 창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취약한 사회안전망은 ‘실직에 대한 공포’를 키워 고용 경직성을 강화시키고, 이는 노사 관계의 발전을 막는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슈별로 관련된 경제, 사회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그 근인들에 대한 개선책들을 총체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접근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난 27일 신년사에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 개선을 정부에 당부했다. 그는 “급격한 노동환경 변화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최저임금의 차등화와 주휴수당 폐지, 탄력근로의 요건 완화 및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완화 및 불합리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금융, 관광,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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