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국회의원의 김포공항 욕질과 고압적 갑질
초선 국회의원의 김포공항 욕질과 고압적 갑질
  • 정용석 교수
  • 입력 2018-12-28 22:56
  • 승인 2018.12.28 23:03
  • 호수 128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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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 국회의원이 지난 달 20일 김포공항 직원들에게 “이 새X들이 똑 바로 근무 안 서 네”라며 욕질을 해댔다. 이 욕설의 장본인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초선 의원이다. 그는 지난 6월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6개월밖에 안 된 신참이다. 그는 김포공항에서 직원이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자 탑승권만 제시하면서 신분증은 지갑에서 꺼내지 않고 보여주기만 했다. 공항직원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항공기표준운영절차’ 매뉴얼에는 공항직원이 승객의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공항직원의 거듭된 요구를 거부하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고 화를 냈다. 이어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을 찾아오라며 의원 신분을 과시했다. 뒤에서 줄지어 섰던 탑승객들은 그의 갑질에 화가 치민 듯 “그거 꺼내는 게 뭐 힘들어요. 빨리 꺼내요”라고 질책했다. 공항직원들이 항공기운영절차 매뉴얼을 들고 와 해당 조항을 바로 찾지 못하자 그는 “빨리 안 찾고 뭐 하냐. 이 새(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며 “책임자 데려와라”고 버럭 소리쳤다. 그는 통화하진 않았지만 공항공사 사장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김 의원은 자신이 “국토위 위원인데도 듣도 보도 못한 규정을 얘기하면서 고압적으로 신분증을 빼달라고 하다니 상식 이하”라고 했다. 하지만 공항규정에는 분명히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적혀 있다. 그는 ‘국토위 위원’으로서 공항규정도 숙지하지 못하면서 욕질과 갑질로 특권 대우만 강요했다. 또한 그는 “욕은 하지 않았다”며 공항직원이 도리어 ‘고압적’이라고 반박했다. 적반하장이었다. 그러나 봉변을 당한 공항직원들은 “CCTV를 보면 다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전화까지 했다. 치졸한 갑질이었다. 공항보안노조는 그에게 욕설 사과하라고 들고일어났고 여론이 악화되자 그는 닷새 만인 25일 사과했다.

그는 대학 시절 운동권학생으로 구속된 바 있다. 50대 후반인데도 아직도 20대 초반 운동권 속성을 버리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말을 나오는 대로 내뱉는 것 같다. 그는 6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뒤 “무엇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원칙과 상식대로 의정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당선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특권과 반칙”으로 막갔다. 여기에 미국 공항에서 특권과 반칙을 거부하고 공항 규정대로 순응한 미국 국회의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존 딩얼 하원의원은 2002년 1월 5일 워싱턴 국제공항에서 탑승하기 위해 금속 탐지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 순간 금속 신호음이 울려 보안요원들에게 몸수색을 받았다. 20년 전 낙마 사고로 강철 고관절을 이식했고 그것이 금속 탐지기에서 반응한 탓이었다. 그는 보안요원들에게 강철 이식수술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신발을 벗게 했고 그래도 경고음이 울리자 사무실로 데려가 바지까지 벗겨 몸수색을 벌였다.

하지만 딩얼 의원은 바지까지 벗는 수모를 당했으면서도 “이 새(X)들이 똑 바로 근무 안 서네”라고 욕질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후에 “다른 사람도 이런 방식으로 조사하느냐”고 교통부장관에게 물었다. 교통부는 부통령과 교통부 장관도 검색을 받았다고 했다. 부통령과 장관도 규정과 원칙대로 따른 것이다.

하지만 김정호는 말로는 ‘특권과 반칙 없는 원칙’을 공언했으면서도 행동으론 특권과 반칙으로 막갔다. 한국 국회의원 수준이 저 정도니 국회가 국민을 걱정해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더욱이 그가 ‘촛불 민심’을 받든다며 ‘특권과 반칙’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삼는 문재인 집권세력 소속의 민주당 의원이라는 데서 국민들은 한층 더 실망하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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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