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대해부
'안전이 먼저냐 돈이 먼저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대해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8-12-29 01:13
  • 승인 2018.12.29 01:22
  • 호수 1287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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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인과 소급인 벌칙… 3년 이하 3000만 원 이하
양벌 규정… 10억 원으로 10배 이상 상향
12월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 [뉴시스]
12월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정부 개정안에 대해 재석 185인 중 찬성 165인, 반대 1인, 기권 19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안은 정부안 대비 도급인의 책임 범위와 위반 시 처벌 수위 등은 일부 후퇴한 여야 합의안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은 고 문송면 군 등 원진레이온 노동자 230명의 사망에 따른 1990년 개정 이후 28년 만이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숨진 계약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희생을 계기로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으면서 개정안은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도급인 책임 넓히고
합리적으로 조정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지난 27일 오후 각당 정책위 의장과 환경노동위 간사가 참여한 ‘6인 회동’에서 막판 쟁점이었던 도급인 책임강화·양벌 규정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여야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합의안을 의결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합의안(위원장 대안)이 상정됐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위원장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인 회동 직후 “도급인 책임과 관련해서 지금 합의한 내용은 ‘도급인의 사업장 및 도급인이 지정하거나 제공하는 장소 중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장소’(로 정했다)”라고 했다.

이어 “도급인과 소급인 벌칙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 측은 ‘5년 이하 5000만 원 이하’를 가져왔는데 ‘3년 이하 3000만 원 이하’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여야 합의에 따라 비합의 쟁점에 대한 추가 공개토론회 개최 요구도 철회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현행은 도급인 사업장이든 도급인이 제공하는 사업장이든 22곳에 대해서만 책임을 정했다”며 “정부 개정안은 ‘도급인 사업장과 제공하는 장소도 책임져야 한다’였는데 책임 범위가 너무 넓어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도급인 책임을 넓히면서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형사처벌도 현행은 1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안은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5배”라며 “사업주 측에서 너무 과하다고 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조정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한 이유는 법인의 양벌 규정에서 현행 1억 원 이하 벌금을 정부안 10억 원으로 10배 이상 상향했기 때문”이라며 “도급인 자연인(개인)에 대한 처분은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낮춰도 문제없다는 생각에 타협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대 재해의 예방을 위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믿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근로자의 작업을 중지하게 해 현행 규정상 불명확한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명확히 했다. 안전조치나 보건조치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케 한 경우 현행 7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을 유지하면서도 형 확정 후 5년 이내 같은 죄를 범하면 가중 처벌토록 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 책임도 강화됐다. 

김 씨 모친 김미숙 씨
“정말 꿈 같다”

고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씨는 지난 26일 ‘김용균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말 꿈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취재진과 만나 “믿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용균이에게 조금이라도 떳떳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 김용균 씨를 향해 “용균아 다음에 엄마가 너에게 갈 때는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아”며 “아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엄마 조금이라도 봐 줘”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김 씨는 “법이 시행되는 게 중요한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이 오가는 사람들을 보호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법만 개정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의원들이 함께 이 법이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어머니께서 지켜보고 계시고 많이 걱정해서 의원들이 최선을 다해 통과시켰다”며 “아드님의 죽음을 저희가 헛되게 하지 않겠다. 앞으로 절대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균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뉴시스]
'김용균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
“개정한 취지에는 공감”

‘김용균법’이 통과하자 재계는 산업 현장의 안전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개정안에 대해 “그간 국회입법 과정에서 여야 및 정부와 경영계 간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경영계 우려사항이 최대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향후 추가적으로 마련될 산안법 하위법령 전부개정안에 대해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사항에 대해 업계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추후 법 시행과정에서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이 제기될 경우 개선방안을 건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경영계는 안전한 산업현장 조성을 위해 사업주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등 산재예방 활동에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안전사고로 인한 산업재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재해 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업들의 현실적인 상황과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향후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산안법 통과를 계기로 기업들도 산업현장에서 최대한 산업재해와 인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두환 기자 odh@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