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단..매각 협상 난항으로 파산 위기

제일병원 홈페이지 캡쳐
제일병원 홈페이지 캡쳐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휴원한다. 진료·검사 등을 중단하고 입원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저출산 여파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사장이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 하고 있다.

이재용 등 삼성家 3세들 태어난 곳...이영애, 고현정 등 출산하기도
“진료·검사도 중단됐다” 제일병원이 환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개 돼


서울 방배경찰서는 제일병원의 이사장 이 모 씨를 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 17일 소환 조사했다고 30일 밝혔다.

방배경찰서 관계자는 "이 모 씨는 병원 증개축과 관련해서 공사비를 부풀려 업무상 배임을 한 혐의에 대해서 조사를 받았다"라면서 "관련 공사금액은 100억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사장 이 모 씨 외에 제일병원 관계자도 소환해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제일병원 노조는 지난 4월,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맡겨 공사비를 부풀린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이사장 이 모 씨를 고발한 바 있다

55년만에 폐원 위기

1963년 개원한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신생아 출산의 2%를 담당할 정도로 국내 분만 진료 분야의 최고 병원이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 역시 제일병원에서 태어났다. 영화배우 이영애, 고현정 씨 등도 제일병원에서 출산을 했다.
 
제일병원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조카인 고 이동희 이사장이 세운 병원이다. 1996년 이동희 이사장이 폐암으로 별세한 뒤 삼성그룹이 운영했다. 그러나 2005년 삼성그룹 계열 병원에서 분리되면서 이름도 삼성제일병원에서 제일병원으로 변경했다. 이후 이동희 이사장의 장남인 이재곤 이사장이 병원 경영을 맡았으나 무리한 증축과 과도한 차입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삼성그룹 독립 이후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린 제일병원은 지난해 이사회 구성권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섰다.

과도한 채무로 회생 힘들 듯    

동국대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부채가 많아 포기했다. 병원은 지난달부터 다른 투자자와 매각 논의를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휴원을 결정했다.

파산과 폐원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병원의 부채 규모가 커 회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제일병원 부채는 은행 빚 900억원을 포함해 1280억원 규모다.

의료진도 이탈하고 있다. 부인암 명의로 알려진 김태진 산부인과 교수는 내년 1월부터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정열·이기헌·임경택 산부인과 교수 등 원로 교수들은 당분간 병원에 남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들도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다. 6월에 취임한 신임 병원장마저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해 현재까지 병원장이 공석이다. 제일병원 소속 일반 직원은 물론 의사들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산부인과 교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신생아가 줄었어도 제일병원은 산모들이 가장 많이 찾던 병원"이라며 "이렇게 탄탄하던 병원이 위기에 빠진 것은 경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산부인과 진료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 대부분 병원이 신생아용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할 때도 진료에만 집중하던 병원"이라며 "제일병원 사태를 계기로 건강보험 분만 수가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뉴스는 제일병원이 최근 환자들에게 보낸 안내 문자를 30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엔 “병원 사장으로 당분간 진료 및 검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오니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 전원 의뢰서 및 재증명 서류가 필요하신 고객께서는 내원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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