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인 B씨가 통닭집 가게 인테리어를 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2달 안에 갚겠다”고 부탁하기에 거절치 못하고 3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물론 A씨는 B씨로부터 변제기를 2달 후로 해서 차용증을 받아놓았다. 그런데 A씨의 계속된 독촉에도 불구하고 B씨는 6년이 지나도 이를 갚지 않기에 A씨는 소송을 하려고 한다. A씨는 B씨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차용증을 받고 돈을 빌려주었다면 언제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차용증을 쓰고 빌려준 돈 역시 수명이 있기에 그 안에 돌려받지 못할 경우 채권이 시효로 소멸할 수 있다. 소멸시효 제도는 일정한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경우 그 권리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다. 이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법이 무한정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은 그 유형에 따라서 소멸시효가 각각 다르기에 제대로 알지 못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채권은 변제기로부터 민사채권의 경우는 10년, 상사채권의 경우는 5년이 각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된다. 문제는 민사채권과 상사채권에 대해 일반인들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의할 점은 상인이 아니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도 상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보조적 상행위). 더욱이 상사시효는 어느 한쪽만 상인이어도 해당되기 때문(일방적 상행위)에 5년이 지난 시효로 소멸된다. 즉 상법은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보면서(제5조 제1항), 제5조 제1항에 의한 의제상인의 행위에 대하여 상사소멸시효 등 상행위에 관한 통칙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제66조). 한편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개시하기 전에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는 자는 영업으로 상행위를 할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므로 준비행위를 한 때 상인자격을 취득함과 아울러 개업준비 행위는 영업을 위한 행위로서 최초의 보조적 상행위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업준비 행위는 반드시 상호등기·개업광고·간판부착 등에 의하여 영업의사를 일반적·대외적으로 표시할 필요는 없으나, 점포구입·영업양수·상업사용인의 고용 등 준비행위의 성질로 보아 영업의사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면 당해 준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로서 여기에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영업자금 차입 행위는 행위 자체의 성질로 보아서는 영업의 목적인 상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지만,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였고 상대방도 행위자의 설명 등에 의하여 그 행위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였던 경우에는 상행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이 적용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다104246 판결).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채무자 B씨는 비록 차용 당시에는 상인이 아니었지만 가게를 얻고 인테리어를 준비했던 것으로 이는 개업 준비행위에 해당된다. 따라서 그의 인테리어 설치 역시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되어 B씨는 상인에 해당된다. 또한 채무자 일방만 상인이라도 상사시효가 적용되므로 A씨의 채권은 5년이면 시효로 소멸된다. 따라서 A씨가 B씨를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할 경우, 운 좋게 B씨가 이러한 법리를 몰라 주장하지 않을 경우에는 승소할 수도 있지만, 만약 상사시효 항변을 할 경우에는 A씨는 패소한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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