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청와대와 여당이 전례 없는 ‘환상의 케미(?)’를 선보였다.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과 임종석 비서실장은 김태우발(發)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에 대해 일관되게 민간인 사찰은 없었고, 비리 혐의자의 일탈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조 수석과 임 실장의 해명이 더불어민주당의 사전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원내행정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김태우 전 수사관 관련 참고자료’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12월 26일에 작성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문건에는 논란이 되는 사안 별 자세한 해명이 작성돼 있었다. 결국 민주당이 운영위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끝마쳤고, 임 실장과 조 수석은 운영위에서 대본 리딩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해당 문건을 입수해 문건과, 조 수석·임 실장의 운영위 발언 내용을 비교해봤다.

 

- 운영위 5일 전 12월 26일 작성... 조국 해명과 상당 부분 일치
- “조국 거짓말” 김태우 폭로에… 민주당 “선방했다” 딴소리


임종석 실장은 지난 달 31일 국회 운영위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의 사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김 수사관은 업무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과 폐습을 버리지 못하고 업무 범위를 넘나드는 일탈 행위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김 수사관은 동료들의 흠결을 들춰내 넘기고 자신의 비위를 감추고자 수집한 부정확한 정보들을 일방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 혐의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국정을 뒤흔들어보겠다고 하는 비뚤어진 일탈 행위”라고 정의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같은 자리에서 “김태우 수사관의 비위행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철저히 개인의 비위행위로 선을 그었다. 그는 “사태의 핵심은 김태우 수사관이 징계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처리를 왜곡해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고 자신의 비위행위를 숨기고자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데 있다”면서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임 실장과 조 수석이 철저히 사실에 기반 한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 일수도 있다. 아직까지 검찰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운영위가 열리기 5일 전인 12월 26일, 민주당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김태우 전 수사관 관련 참고자료’ 문건을 보면 의구심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 해당 문건의 내용과 임 실장·조 수석의 발언이 상당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날 조 수석은 사찰 의혹을 완강히 부정하면서 ‘사찰 범위와 요건’을 언급했다. 그는 “판례에 따라 (사찰에 대한) 요건이 있다. 권력 기관의 지시가 있어야 하고, 정치적 목적이 있어야 하며, 특정한 대상이나 인물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며 “김태우 수사관이 수집한 정보에는 민간 정보가 부분적으로 있지만, 사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해당 문건 첫 페이지에는 ▲민간인 사찰’은 없음. 합법적인 범위 내의 민간 정보 수집과 민간인 사찰은 전혀 다름 ▲‘민간인 사찰’이란 법령의 직무범위를 벗어나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에서 특정 민간인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감반 활동 중 이에 해당되는 사례는 한건도 없음 이라고 기재돼있다.

이 밖에도 문건에서는 ▲금번 사례 중 정치인 또는 기업 관련 정보수집은 민간인 사찰이라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이라는 항목을 두고 과거 사례까지 비교해 자세히 해명하고 있다. 문건에는 ▲민간인 사찰은 1) 권력기관의 지시에 따라 2)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3)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짐. ▲그러나, 김태우가 폭로한 사례를 보면, 1)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감반원이 임의로 수집한 것이고, 2) 정치적 의도나 목적이 없으며, 3) 정부정책반대인사 등 특정인을 목표로 진행한 것도 아님. 이라고 나타나 있다.

이어 ‘과거 주요 민간인 사찰 사례 (대법원 유죄 판결 사건 기준)’ 표를 작성하고 각 사례를 앞서 분류했던 1)~3)의 기준에 대입해 적극 해명하고 있다. 문건에 적힌 과거 사례는 ▲舊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기무사의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관계자 사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등이다.

이날 조 수석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김태우 행정요원은 작년 7월부터 과거 정부 습성에 따라 정보를 가져왔고, 특별감찰반장에 의해 폐기 했다”며 “공공비리와 관련해 민간 비리가 섞여 첩보가 들어오면 법에 따라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또한 해당 문건에 그대로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문건에는 ▲감찰관련 비위첩보는 지시가 아니라 감찰반원 스스로 개인역량으로 수집한 뒤 초안을 작성하여 특감반장에게 보고하면 단계적인 검토 절차를 거쳐 사용 또는 폐기 여부를 결정함. 첩보 초안이 모두 청와대 정식 문건으로 인정되지 않음 이라고 기재돼 있다.

조 수석은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전 수사관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검찰에 있을 때 미리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문건에는 ▲거짓 주장으로 드러남. 해당 비위 첩보는 김태우가 청와대에 근무하기 전 검찰에 근무할 당시 수집한 것임이 언론에 보도됨 ▲한국당은 최소한의 사실관계 조차 확인하지 않고 피의자 신분인 김태우의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대변했던 것임으로 기재돼 있다.

한편 조 수석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한 발언들과 관련, 김태우 전 수사관과 여당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조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선방했다”고 자축했다.

김 전 수사관은 2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16개월간 근무하면서 (상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승진하려던 것으로 하루 정도 주의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엎는 반박이다.

조 수석은 “2017년 7월 김태우 수사관이 정치인이나 민간인 문제에 첩보를 접수했던 게 사실로 확인됐고, 그 이후 이인걸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절대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그 사건 이후 1년 동안엔 특별한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조 수석의 해명 직후 김태우 전 수사관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재차 폭로에 나서자, 자유한국당은 특검 카드까지 꺼낸 반면 정부·더불어민주당은 “조국이 한국당을 상대로 선방했다”는 평을 내놨다. 특히 주목되는 사실은 김태우 전 수사관의 “조국 거짓말” 폭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엊그제 15시간 동안 국회 운영위를 열어 한국당이 민간인 사찰이라 주장하는 '김태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쳤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졌다. 이를 정쟁으로 악용하는 한국당은 김태우에 대한 미련을 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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