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이슈 처음 아닌데...

서울 한 병원에 독감예방접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서울 한 병원에 독감예방접종 관련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지난달 22일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환각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 등 타미플루의 부작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고혈압치료제 성분 발사르탄공포 확산

제약업계 보건당국, 약 부작용 더 빨리 알렸어야

유족들은 숨진 여중생이 전날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복용한 후 환각 증상을 호소했다면서 부작용을 의심하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약 복용과 추락사 간 연관성을 조사 중이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시장 기준 타미플루 매출은 591억 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갖고 있는 타미플루의 국내 특허가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대거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국내 제약사 52곳에서 복제약 163개를 출시한 상태다. 독감 환자는 해마다 꾸준히 발생해 치료제는 어느 정도 수요가 보장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기준, 독감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800억 원대에 달했다.

2016년 부작용 신고

4년 전보다 5배 급증

타미플루 부작용 이슈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독감으로 타미플루를 복용한 일부 소아청소년 환자가 경련, 섬망(환각초조함떨림) 등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를 받고 이 약의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타미플루로 불리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오셀타미비르 단일제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심사 결과 등을 반영해 효능효과, 사용상 주의사항 등 허가사항을 바꾼 것이다.

당시 식약처는 약물 복용과 이상 행동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확인되진 않았지만 예방과 주의 당부 차원에서 허가사항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지난 2009년 경기 부천에서는 타미플루를 복용한 14세 남중생이 환청증세를 호소하며 6층에서 투신해 전신에 골절상을 입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성일종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 타미플루로 인한 부작용 신고 건수는 총 77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6년 부작용으로 인한 신고는 257건으로 4년 전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타미플루를 복용한 후 추락해 숨진 여중생의 보호자가 피해보상 청구를 하면 타미플루 복용과 추락 간 인과관계를 판단해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미플루는 출생 뒤 2주 이상인 신생아부터 쓸 수 있지만 신장 기능 저하, 간 질환 등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약을 쓸 때 용량 조절에 주의해야 한다. 타미플루를 복용한 일부 소아·청소년의 경우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경련 등과 같은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이 보고된 바 있는 만큼 보호자는 최소 이틀 동안은 환자가 혼자 있지 않도록 하고 이상 반응을 관찰해야 한다.

지난해 7월에는 대표적인 고혈압치료제 성분인 발사르탄이 전 세계 고혈압 환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발사르탄 사태는 유럽의약품안전청(EMA)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중국 제지앙 화하이의 원료의약품에 대한 수입판매 중지 조치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메틸아민(NDMA)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곧바로 각 국가의 의약품 당국은 해당 원료를 이용해 만들어진 고혈압치료제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식약처도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내고 제조수입 중단과 전수조사를 알린 바 있다. 이로 인해 환자는 물론 의료기관, 제약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당국은 의약품 회수와 검출 여부 확인에 정신이 없었으며 의료기관은 환자들의 문의에 시달렸다. 해당 원료로 만들어진 고혈압치료제를 처방한 의료진은 환자의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을 정도다.

식약처는 논란 5개월만인 지난 1219일 영향평가를 공개하며 NDMA가 검출된 발사르탄 복용 환자에게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10만 명 당 0.5명으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내 제네릭 시스템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모든 약,

부작용 따를 수 있어

이번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으로 제약업계는 아직까지 복용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독감 유행으로 타미플루 매출이 늘어나는 겨울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국내 한 제약사는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대거 출시해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영업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제네릭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도 같고 제조법·효능효과도 동등하지만 약품이름과 제조회사명만 달라 부작용 우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식약처는 타미플루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지난 1224타미플루 복용과 부작용 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소아·청소년에게 이 약을 사용할 때는 이상행동 발현의 위험이 있다는 사실과 적어도 2일간 보호자 등은 혼자 있지 않도록 할 것을 환자 및 가족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전성 서한을 병원과 약국 등에 배포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타미플루 뿐 아니라 모든 약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면서 보건당국은 올해 독감이 크게 유행할 것을 알고 있던 만큼 약의 부작용을 좀 더 빨리 알려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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