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탈원전 선언의 민낯 ③] 한국농어촌공사 7조 저수지 태양광 사업 실태
[대한민국 탈원전 선언의 민낯 ③] 한국농어촌공사 7조 저수지 태양광 사업 실태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9-01-04 17:38
  • 승인 2019.01.04 19:07
  • 호수 1288
  •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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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으로 ‘태양광발전 산업’ 열풍이 거세다. 도시의 공공건물이나 공장에서부터 산 꼭대기에까지 태양광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10조 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행 7%에서 20%로 늘리고, 태양광 발전설비가 재생에너지 설비의 60% 이상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너무 서둘렀던 탓일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급하게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한 나머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 농어촌공사가 추진했던 수상 태양광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주민들의 반발과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잇따른 구설수로 사퇴하면 서다. 해당 사업은 이미 9조 원에 가까운 부채가 있는 농어촌공사가 7조 원대 공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까지 세우면서 무리하게 계획했던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에도 탈(脫) 원전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최규성 논란·주민 반발에 ‘올스톱’ 7조 ‘메가 플랜’ 좌초 위기
- ‘친환경’ 슬로건 내건 태양광 설비, 20년 후엔 ‘폐기물’로... “탈(脫) 원전 뒷받침 위한 졸속 사업”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7조 4861억 원을 투입해 941개 지역에 428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2022년까지 갖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중 899개, 2948㎿ 규모는 공사가 보유 중인 관리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설치로 추진될 계획이었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저수지는 3400여 곳, 바다를 막은 방조제는 144곳이다.

당시 농어촌공사는 기반시설을 활용한 재생에너지사업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고 낙후된 농어촌지역의 내순환경제 활성화에도 앞장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재생에너지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농어촌의 공동체회사나 사회적 기업 등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매년 3500억 원 내외로 소요되는 물관리 재원의 안정적 확보로 농민들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7조 4000억 차입... 
“농어촌공사 아닌 ‘태양광공사’”

그러자 정작 농어촌공사가 이 같은 사업 구상을 밝힌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태양광 사업을 급박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 ‘다다익선 속전속결’이라는 슬로건까지 내세워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업비 7조5000억 원 중 7조4000억 원 규모를 차입해서까지 추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감장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은 “농어촌공사가 아니라 ‘태양광공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농어촌공사가 이미 9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7조 원대 공사채를 무리하게 발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지난해 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2년까지 수상 태양광 5조 3000억 원, 육상 태양광 2조1000억 원 등 태양광발전시설설치사업에 7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농어촌공사 전체 예산(2018년 기준 3조 9000억 원)의 2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재생에너지사업을 담당했던 부서도 3개 부서에서 4개 부서로 확대 개편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규성 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2016년 설립된 A태양광발전업체 대표이사로 재직해오다가 농어촌공사 사장 취임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대표에서 물러난 사실까지 드러났다. A사는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시기에 맞춰 회사명을 Y에너지로 바꿨고, 법인 목적사업도 태양력·전기 발전업, 송전 및 배전 업종을 새로 추가했다. 

이후 Y업체는 최 사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정 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 전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날 그의 아들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농어촌공사가 7조 50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최 전 사장의 이 같은 경력은 ‘유착’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 전 사장이 지난 2월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을 태양광사업에 목적을 두고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7조5000억 원 규모의 수상태양광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7조4000억 원 규모를 차입해서까지 추진하려는 것도 뻔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자기 거래’를 시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에 최 전 사장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도주해 8년간 잠적한 친형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의 도피 생활을 도운 혐의로 검찰 조사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최 전 교육감의 도피를 도운 인물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최 전 교육감이 도피 기간 중 최 전 사장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파악하고 최 전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형법상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인을 은닉하거나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지만 최 사장은 친형의 도피를 도운 것에 해당해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최 전 사장이 제3자를 시켜 도피를 돕게 했을 경우에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 

결국 취임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던 최 전 사장은 취임 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7일 중도하차했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최 사장은 전날 농림축산식품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고 이날 의원면직 처리됐다. 

농어촌公 “원점에서 재검토”
주민 반응은 ‘시큰둥’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전국 405개 저수지에 총 378㎿ 발전용량 규모(시설면적 453만6000㎡)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지만 수질오염, 전자파, 빛반사 등을 우려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지방자치단체에 개발행위 허가를 신청한 곳은 한 개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가 주민의 강한 반발에 막혀 허가를 취하한 곳도 18개나 됐다. 농어촌공사는 경북의 20개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절반에 걸쳐 주민이 반대하고 있고, 한 곳은 이로 인해 허가를 취하했다. 경남에서도 15개 저수지 가운데 2개를 같은 이유로 취하했다. 사업성이 떨어져 태양광 발전사업을 포기한 저수지도 100개에 달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농어촌공사는 태양광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여론 돌리기에 나섰다. 정부는 주민이 동의하고 저수지 기능이 악화될 우려가 없는 곳에서만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 수익을 농민과 나누는 사업 모델도 마련할 예정이다.

농어촌공사는 지난달 18일 내년도 업무 보고를 통해 “외부 지적을 반영해 수상 태양광 사업의 추진 방향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는 농어촌공사 보유 저수지를 활용해 저수지 기능 유지, 경관 유지, 주민 동의, 환경·안전 등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농어촌공사 전체 사업지 899개 지구를 대상으로 인허가 등 세부 추진 여건을 검토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또 수상 태양광의 대안으로 경작지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농사와 발전을 함께 하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농업진흥구역 밖에 있는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경우 타 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현재 8년에서 태양광 평균 운영 기간인 20년으로 연장해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1월 규제혁신 토론회에서는 농업진흥구역 중에서도 염해 간척농지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20년까지 허용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농어촌공사는 내년 상반기 농업인 태양광 발전사업을 지원하는 법률 제정에 나서기로 했다. 법률에는 태양광 사업을 하는 농업인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부담금을 감면하는 등 지원 방안을 담을 계획이다.

“급진적 탈(脫) 원전...
‘에너지 뿌리’ 훼손하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슬로건을 내건 태양광 설비시설이 최대 20년 후에는 산업폐기물로 전락한다는 사실은 태양광 사업이 탈(脫) 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졸속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낳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작성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는 우리나라 폐패널이 올해 203톤을 시작으로 2023년 1만 2,690톤, 2038년 59만 9,690톤, 2045년 155만 3,595톤으로 매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태양광 폐패널은 폐기물관리법(환경부 소관)에 따라 처리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채익 자유한국당 재앙적탈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지역 주민의 큰 반발과 수상 태양광 패널·패널 고정 구조물·수중 케이블 등 기자재에서 중금속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에 부딪혀 해당 사업을 철회한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 에너지생태계는 파괴를 넘어 혼돈 수준으로, 원자력을 핵으로 보는 정부의 이념적 접근으로 시작된 탈원전이 만든 결과다. 이용률이 최대 15%에 불과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태양광발전을 확대하면서 친정부 인사들이 태양광 보조금을 독식한다는 의혹만 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는 필요하지만 이념에 사로잡힌 급진적 탈(脫) 원전은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근간이 되는 ‘에너지 뿌리’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뿌리가 흔들리면 거목도 쓰러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재인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 추진도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보전해야 할 매몰비용이 3~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직접손실액은 연간 417억 원, 총 2조5000여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