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놓고 정부 vs 경영계·자영업자 대립각

소상공인연합회 광역회장단과 노동인력환경분과위원 등이 지난해 12월 2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상공인연합회 광역회장단과 노동인력환경분과위원 등이 지난해 12월 2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대한민국 산업계가 정책, 생존권, 기업·소비자간 갈등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지난해 7530원 대비 10.9%가 상승하면서 경영계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7월에 결정됐지만, 인건비 부담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오자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주휴 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통과 과정에서 주휴수당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경영계 “기업의 어려운 현실 외면한 결과”

소상공인 “최저임금만큼 매출 오른 곳 있나”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시행안에서는 올해 최저임금이 기존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가량 상승했다. 또한 올해부터 주휴시간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할 경우 주휴시간을 더해 한 달에 209시간을 일하게 된다. 이는 고용주가 월 174만 5150원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지난해 157만 3770원 대비 월 17만 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 이후 경영계는 곧바로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을 통해 “기업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절박성은 반영되지 못했고, 시행령 한 조문으로 기업의 경영재원과 권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인건비 상승 토로 또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최근 대법원의 잇단 판결로 기업이 최저임금 시급을 20% 높게 산정받을 수 있는 사법적 보장이 행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정도까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응 능력을 정당하게 확보한 것으로 여겼는데, 새로운 시행령에 따라 최저임금 추가 인상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벌 대상이 되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은 현행 시행령대로 실제 일한 시간에 한정하고 약정휴일 수당을 포함해야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최저수준 보장 및 생활안정이란 최저임금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다는 내용의 반대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시간에 임금을 지급하는 불합리한 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현재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데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경영계 못지않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등은 지난해 12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개정안 철회와 함께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주휴수당을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019년 최저임금 결정 때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예정대로 소상공인 모라토리엄(불이행)을 실행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결정 관련 소상공인연합회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발표했다.

또 연합회는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의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이와 같은 행동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헌법에 입각한 ‘국민 저항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이며 “모든 책임은 지불능력의 한계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요구를 무시한 채 관계당국과 최저임금위원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과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은 월급을 주는 직접 당사자인 소상공인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과연 1년 만에 29% 이상 매출이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얼마나 되는지 관계당국에 묻고 싶다”고도 했다. 1년 만에 29%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소상공인들은 폐업이냐 인력감축이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로에 놓였으며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방치 속에 이 비참한 현실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이뤄지면서 자영업자 2명 중 1명이 기존 직원을 감원하거나 신규채용을 포기하는 대신 점주 또는 가족 근무시간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줄폐점 우려도 가중 지난 2일 아르바이트 O2O 플랫폼 알바콜(대표 서미영)은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달라질 점이 있느냐’는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2.7%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올해 달라질 사업운영 방향으로는 ‘기존 직원의 근무시간 단축’과 ‘기존 직원의 감원’이 각각 17.8%와 17.0%로 가장 높았으며, ‘신규 채용계획 취소’도 12.5%를 차지해 전체 응답자의 47.3%가 인력운용을 보수적으로 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반면 응답자들은 기존 직원 근무시간 단축 및 직원 감원 등을 대체하기 위해‘가족경영·가족근무시간 증가(16.1%)’, ‘본인(점주) 근무시간 증가(15.5%)’등 31.6%가 점주 및 가족 근무시간을 늘려 나갈 계획인 것으로 답했다.

특히 7.3%는 ‘폐점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5.6%는 ‘정부 고용보조금 신청’이라고 답하는 등 날로 어려워지는 노동환경에 자영업자들이 힘겨워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되며 자영업자가 맞은 직격탄이 거셌다는 방증이다. 한편 정부는 최저임금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현재 대책들로도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이 반발을 멈추지 못하고 있어 더욱 면밀한 지원책을 통한 설득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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