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혼란 가득한 대한민국 산업계 ② 생존권 갈등
갈등·혼란 가득한 대한민국 산업계 ② 생존권 갈등
  • 김은경 기자
  • 입력 2019-01-04 17:51
  • 승인 2019.01.04 19:03
  • 호수 1288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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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vs 카풀·파인텍 고공농성 근본적 해결 방안 있나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노조 각 지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택시노조 각 지부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새해가 밝았지만 대한민국에는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최근 산업계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급격하게 변화되는 산업구조 속에서 각 이해 당사자들의 생존권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는 이들을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관계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집회, 고공농성 등 격화되는 갈등을 해소하고 사태 해결과 합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급격히 변화되는 산업 구조…이해 당사자 간 갈등에 골 깊어
“정부·국회,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최근 산업계에선 카카오가 시행을 계획 중인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카풀업계와 택시업계 간 갈등은 카카오가 카풀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한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 영업에 반대하며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현재 오는 17일 출시하기로 예정했던 카풀 정식 서비스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카카오T 카풀은 일반 자가용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방향이 비슷하거나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승차 공유를 통해 운전자는 기름값을 벌고 탑승자는 택시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출퇴근시간에 택시를 잡아야 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다. 각자의 차로 출퇴근하던 운전자들이 차 한 대로 움직이면 연료 소비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불법 자가용 영업이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택시업계는 일반 운전자들이 면허 없이 사실상 여객운송업(택시업)을 하고 수익을 얻으므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카풀이 문제냐 사납금이 문제냐

카풀 논란에 앞서 근본적으로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는 것은 ‘사납금’이라는 의견도 많다. 김재주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은 2017년 9월 4일부터 전주시청 앞 25m 높이 조명탑 꼭대기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 지회장은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시행 및 불법사납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13일 택시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택시발전법과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택시의 전액관리제, 이른바 월급제 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일정 금액의 운송 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수납하지 않을 것’을 명시해 사납금 제도를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사납금 제도는 택시기사가 차량을 대여해 주는 회사에 하루 수입의 일정액을 내는 제도로, 이는 장시간 택시노동으로 이어져 처우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 강은미 부대표, 추혜선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장 현장을 방문해 파인텍지회 조합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 강은미 부대표, 추혜선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지도부가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 농성장 현장을 방문해 파인텍지회 조합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접 고용 요구에 노사 갈등 첨예

굴뚝 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노동자와 모기업 스타플렉스 간의 갈등도 깊다. 파인텍 사태는 스타플렉스가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돌연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한국합섬 출신인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지회장은 스타플렉스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 27일 45m 높이의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다음 해 7월 8일까지 408일 동안 고공 농성을 벌였다. 

이후 노사가 단협을 체결하기로 극적 합의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이번에는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 굴뚝에 오르면서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였던 지난해 12월 25일로 고공 농성 409일째를 맞으며 굴뚝 농성 최장기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후 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제2차 교섭을 벌였으나 결과를 내지 못했다. 차 지회장과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섭을 시작했다. 이들은 오후 4시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기존 입장대로 조합원 5명을 스타플렉스 공장에 고용해 줄 것으로 요구했으나 사측 또한 직접 고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교섭 후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오늘 스타플렉스 고용은 안 되는 것으로 이야기 됐다. 다른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스타플렉스 측은 대안 없이 직접 고용은 못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진작부터 이번 교섭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김 대표는 교섭 시작 전 “불법을 저지르고 굴뚝에 올라가면 영웅이 되는 것이냐”며 “평생 제조업을 했지만 언론이 제조업 하는 사람을 악덕한 기업인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고, 차 지회장은 “사측의 저런 태도로는 (교섭이) 쉽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고공 농성이 장기화될수록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고공 농성 현장을 방문해 “정부가, 국회가 그리고 관련 부처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단식 등 목숨을 걸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런 상황이 얼른 사라지고 함께 안전한 공간에서 서로 문제 제기하면서 해결해 가는 한국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